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인천/경기]떠나는 건설사, 돌아온 지방銀

입력 | 2013-08-07 03:00:00

인천 지역경제 금융업-건설업 明과 暗
경기 부진에 현대-삼성-대우 지사 폐쇄… 부산-전북銀, 중기-소상공인 영업 확대




인천 남동구 남동공단에 있는 부산은행 지점. 부산 출신 기업인과 출향 기업을 상대로 활발한 영업활동을 벌이고 있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대형 건설사는 인천으로부터 엑소더스, 지방은행은 앞다퉈 인천에 둥지.’

올 들어 부산은행과 전북은행 등 지방은행들이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이후 철수했던 점포를 다시 개설하는 등 인천에 앞다퉈 진출하고 있다. 반면 대형 건설사는 턴키 공사 등 발주물량이 줄고 재개발 사업이 지지부진하자 지사 사무실을 잇달아 철수해 인천의 금융과 건설업계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6일 인천시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2월 국내 도급순위 3위인 대우건설이 인천지사와 송도사업단을 폐쇄했다. 인천에서 가장 활발한 수주활동을 벌여온 대우건설의 이번 결정은 그동안 대우건설과 손잡고 함께 일을 해 온 지역 건설업계에 적잖은 충격을 줬다.

이에 앞서 도급순위 1, 2위인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건설부문도 인천지사(사업소)를 폐쇄했다. 현대건설은 남동구 구월동 현대해상 빌딩에 있는 인천지사 문을 10년 만에 닫았다. 인천지사를 폐쇄한 후 대전에 있던 중부지사를 세종시로 옮겨 통합 운영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2010년 지사 문을 연 지 약 3년 만에 인천사업소를 없앴다. 송도글로벌대학캠퍼스 1단계 1공구를 수주하고 난 뒤 인천사업소를 설치했으나 이후 이렇다 할 실적이 없어 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건설의 경우 지사에 근무하던 관리직 직원을 구조조정한 상태다.

대형 건설사들이 인천을 떠나는 이유는 대형 턴키공사 등 발주물량이 줄어들고 재개발 사업이 지지부진해 지사(사업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인천에서는 2011년 이후 대형 턴키공사의 발주가 급격히 줄었다. 그동안 대형 건설사들은 인천지사에 인천시 출신 공무원을 특채해 각종 공사 정보를 얻는 등 활발한 수주활동을 펼쳐왔다.

재개발 사업의 부진도 지사를 철수하는 데 한몫했다. 현대건설은 남구 숭의동 재개발사업(일명 엘로하우스 일대)을, 삼성물산은 남구 학익사거리 일대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지 못했다. A건설 관계자는 “송도국제도시 외에는 인천에서 아파트 분양이 안 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옛 도심권 재건축조합을 관리하던 대형 건설사들이 하나둘 손을 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지방은행은 앞다퉈 인천으로 향하고 있다. 2월에 부산은행 인천 남동공단지점이, 6월에는 JB전북은행 인천지점이 각각 문을 열었다. 지방은행의 수도권 진출은 더이상 지역에서의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부산은행 인천 남동공단지점은 기업을 타깃으로 한 점포답게 활발한 영업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 지점은 부산 출신 기업인과 부산 출향 기업을 상대로 대출·예금 등 영업활동을 하고 있다. 부산은행은 부산 연고 기업인 롯데가 인천에 잇달아 진출하는 것을 내심 반기고 있다. 부산은행의 최대주주는 롯데제과다. 더욱이 ㈜롯데쇼핑이 남구 관교동 인천종합터미널 및 신세계백화점 일대를 인천시로부터 사들여 매장을 차릴 예정이어서 향후 영업 실적도 크게 신장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백창무 부산은행 인천 남동공단지점장은 “부산 출신 기업인과 출향 기업이 인천에 점포를 개설해 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한 것이 지점 개설의 주요 이유”라며 “앞으로 기업 점포답게 인천 남동공단과 주안, 가좌공단, 경기 시화, 반월공단 기업을 대상으로 활발한 영업활동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은행은 인천이 100개가 넘는 출향 기업체와 부산은행 거래처가 뿌리내리고 있는 가족 같은 도시라는 점을 강조했다.

인천의 중심상업지역인 남동구 길병원 사거리 남동대로에 6월 문을 연 전북은행 인천지점(지점장 조현)은 서민 및 중소 상공인 지원을 위한 영업망을 확대할 방침이다. 개점식에는 인천지역 호남 출신 기업인과 향우회 회원들이 다수 참석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