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기대회 제패 양산 원동중, 지역 고교에 야구부 없어 발동동
4일 부산 구덕야구장에서 열린 제43회 대통령기 전국중학야구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경남 양산시 원동중 학생들이 경기가 끝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1년 창단한 원동중은 이 경기에서 7회말 2점을 뽑아내며 부 산 개성중에 5-4로 역전승을 거뒀다. 원동중 제공
경남 양산시 원동면에 위치한 원동중은 2년 전만 해도 전교생이 21명밖에 되지 않아 폐교 위기에 몰렸다. 그때 행운이 찾아왔다. 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KBO) 야구발전실행위원장이 학교를 찾아 야구부 창단을 제안한 것. 허 위원장은 “야구라는 종목이 너무 대도시 위주로 돼 있어 안타까웠는데 때마침 경남 지역에 프로야구 신생팀 NC가 생기게 돼 야구를 ‘희망의 씨앗’으로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 학교는 ‘야구 특성화 학교’가 됐다.
올해 이 학교의 전교생은 52명. 모두 ‘야구부원’이다. 프로야구 선수를 꿈꾸는 ‘특기생’ 20명이 따로 있지만 다른 학생들도 체육시간에는 장비를 갖추고 야구를 한다. 그 덕분에 여학생들의 캐치볼도 수준급이다. 거꾸로 특기생들은 나머지 학생들처럼 공부를 해야만 한다. 중간·기말고사에서 학교 평균 70% 미만의 성적이 세 과목 이상이면 반드시 방과후 보충수업을 들어야 하고, 이 수업을 다 듣지 않으면 대회에 나갈 수 없다. 학교는 특기생들을 위해 ‘0교시 수업’도 따로 마련했다.
그렇다고 야구 성적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 학교 야구부는 4일 부산 구덕구장에서 끝난 대통령기 전국중학야구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 대회는 전국 시도별 1, 2위 팀만 참가할 수 있는 명문 대회다.
이 정도면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꿈꾸는 ‘공부하는 학생 선수’의 롤 모델 학교라고 할 만하다. 하지만 이 학교 3학년 특기생 6명은 곧 이 학교를 떠날 확률이 높다. 경남에는 야구부가 있는 고교가 3곳밖에 없어 진학이 어렵기 때문에 부산 등지로 전학을 가야 하는 것이다. 야구를 즐기던 보통 학생들도 고교에서는 야구를 계속할 수 없게 된다.
허 위원장은 “학생 선수가 프로야구 선수로 성공할 확률은 1%도 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학창 시절 야구를 했던 회사원, 은행원, 정치인 등이 늘어야 진짜 야구 저변이 확대되는 것”이라며 “그런 모델을 만들었는데 이 학생들은 전국대회에서 우승을 하고도 이 학교 졸업장을 받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야구계와 교육계 모두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