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호(1961∼)
요즘은 자꾸 웃음이 나
달리던 타이어에 펑크가 났는데도 웃음이 나고
보험회사에 전화를 걸면서도
보험회사 직원이 지금, 거기가
어디쯤이냐고 묻는데도 웃음이 나고
웃음이 나고, 친구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데도
장례식장이 어디냐고
발인은 언제냐고 웃음이 나고
얌마, 너 왜 그래?
엄마가 치매라는데도 웃음이 나고
누구세요, 나를 못 알아보는데도 웃음이 나고
울고 싶은데도 웃음이 나고
여보, 나 이러다 미치는 거 아냐?
무서워 죽겠는데 웃음이 나고
화자의 스트레스와 울증이 깊다. 당최 웃을 일이 없구나. 가뜩이나 나이 든 생명체로서 원초적 불안과 우울에 빠지기 쉬운 오십대인데, 도처에 힘든 일이다. 뭐든지 돈으로 해결해야 하는데, 돈 들어갈 데 천지인데, 여태 ‘돈 버는 기계’처럼 살았어도 힘이 모자란다. 자식들 미래는 전망이 안 보이고 자기 노후도 불안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일은 펑펑 터지고! 신경이 나달나달해져서 감정 조절이 안 된다. 그래서 작은 사고가 생겨도 비명을 지르고 울고만 싶다. 하지만 나이 먹은 남자라서 울지도 못하고, 무섭고 불안해 죽겠는데 나이 먹은 남자라서 무섭다고도 못한다. 그저 픽픽 웃음이 나온다. 왜 우리나라 오십대 남자들은 유난히 외롭고 힘들까? 가령 다른 가족들한테 너무 희생하거나 양보하지 않고, 자신을 위해서도 돈을 쓰고 살았다면 인생이 덜 허망하고 마음이 건강할 테다. 억울함은 만병의 근원.
황인숙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