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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경기]“연수구청장입니다, 이사오신 것 축하드립니다”

입력 | 2013-08-08 03:00:00

전입환영 전화가 사전선거운동?
구의회 경찰조사 의뢰… 무혐의 될듯




“연수구청장입니다. 연수구로 이사 오신 걸 축하드립니다. 불편한 점은 없으신가요? 찍힌 전화번호가 구청장 집무실이니 애로사항이 있으시거나, 중요한 의견 있으시면 언제든 연락주세요.”

지난달 말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더샵 엑스포아파트’로 이사 온 최모 씨(43·여)는 최근 고남석 연수구청장에게서 뜻밖의 전화를 받았다. 최 씨는 서울에 살다 포스코건설에 다니는 남편의 직장 사무실 근처로 전입해 왔다. 그는 “이사를 여러 번 다녔지만 구청장 전화를 받은 건 처음이다. 친절한 전화에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연수구에 둥지를 튼 주민들은 이런 전화를 받는 경우가 많다. 연수구는 지난해 5월부터 전입 연수구 주민을 대상으로 구청장 축하 전화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이 서비스를 시행하기 전 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법 위반 여부를 두 차례 문의했고, ‘구청장 업적 홍보나 지지를 유도하지 않으면 문제가 없다’는 공문을 받았다. 이에 따라 연수구로 새로 이사 오는 주민들에게 구청장 전화 수신 여부를 확인한 뒤 ‘개인정보수집 동의서’를 받고 있다.

구청장은 동의한 주민 중 서울이나 지방 등 먼 지역에서 온 사람들을 골라 틈나는 대로 축하 전화를 하고 있다. 고 청장은 “인천권역이 아닌 먼 지역에서 이사 온 주민들이 연수구에 친근감을 갖도록 축하 전화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청장 전화를 받는 전입 주민들은 1주일에 평균 10명 정도이고, 이사철엔 20∼30명에 이른다.

그러나 구청장의 ‘전입 축하 전화’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새누리당 인천시당은 7일 민주당 소속인 고 청장을 향해 “구의원들이 전입 축하 전화에 대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며 “고 청장이 현역 프리미엄을 누리기 위해 그런 일을 벌인다면 공개 사과하고 속히 사업을 접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수구의회는 구청장의 이런 행위에 대해 선거법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의혹을 제기하며 경찰에 고소해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인천의 다른 지역 구청장은 “정당공천제가 폐지된다면 기초자치단체장의 일상적 행위가 정치적 논란거리로 등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