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코란도C’로 부활 시동… 평택공장의 결연한 각오
‘뉴 코란도C’가 배선 조립, 엔진오일과 연료 주유, 최종 성능검사(왼쪽부터) 과정을 거치고 있다. 7일 판매를 시작한 뉴 코란도C는 외환위기 이후 수차례 주인이 바뀌며 노사 분규 등으로 홍역을 앓았던 이 회사가 부활을 꿈꾸며 내놓은 새 모델이다. 쌍용자동차 제공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모든 직원은 조업을 중단하고 비상구로 대피해 주시기 바랍니다.”
웅성웅성. 쌍용차 조립1팀 생산라인 공장에 잠시 소란이 일었다. 어떻게 만든 차인데…. 불안해하면서도 직원들은 차에서 손을 떼지 못했다. 각 모듈별 선임자가 팀장을 찾아 달려 나왔을 뿐 다른 직원들은 계속 생산라인을 돌고 있는 빨갛고 하얀 색색의 차에 자신들의 손에 놓인 부품을 끼워 넣으며 조립을 하고 있었다.
사태 파악까지는 5분도 걸리지 않았다. 조립1팀 박태환 팀장이 라인을 돌면서 “낙뢰로 인한 오작동입니다. 화재는 없어요. 곧 경보가 해제됩니다.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외쳤다.
한 시간에 24대의 새 차가 만들어지는 이곳은 쌍용차에서 가장 활발히 돌아가는 조립 공장인 동시에 ‘절대로 실패해서는 안 되는’ 공장이다. 7일 공개된 ‘뉴 코란도C’, 즉 2010년에 나온 코란도C의 부분 변경 모델(페이스리프트)을 만드는 조립1팀이 일하는 곳이다. 지난달 20일부터 신차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 쌍용차의 부활
조립1팀은 무쏘부터 시작해서 렉스턴과 액티언 등 쌍용차가 자랑하는 대부분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만들어 온 팀이다. 조립1팀을 이끄는 박 팀장은 “코란도C가 흔들리면 회사도 흔들린다”며 “코란도C는 회사의 희망”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코란도C는 다른 차들과 좀 달랐다. 올해 7월까지 코란도C의 판매량은 9991대. 지난해 1∼7월 판매대수는 8045대였으니 24.2%가 급증한 셈이다. 마침 올해 들어 아웃도어 열풍이 불면서 SUV 판매가 크게 늘어난 것도 쌍용차를 도왔다. 게다가 7일에는 뉴 코란도C도 새로 공개돼 신차 효과까지 기대하게 됐다.
이 회사가 코란도C를 처음 내놓던 3년 전만 해도 지금의 분위기는 상상도 못했다. 외환위기 이후 모기업인 쌍용그룹의 경영난으로 대우그룹에 팔렸고, 이후 대우가 어려워지면서 다시 중국 상하이자동차에 팔렸던 쌍용차의 현재 대주주는 인도 마힌드라자동차다. 문제는 2009년 1월 상하이차가 경영권을 포기하면서 생긴 경영난이었다. 회사는 정리해고를 하려 했고 노동조합은 같은 해 5월 22일부터 평택공장 점거로 맞섰다. 이후 77일간 벌어진 파업은 경영진과 생산라인 근로자 모두에게 상처를 남겼다.
박 팀장은 “군대에서도 못해봤던 경험”이라며 “그 당시는 다시 떠올리기 싫다”고 손사래를 쳤다. 파업은 정리해고 대상자의 일부를 무급휴직자로 전환하는 선에서 마무리됐고 당시 무급휴직에 들어간 직원들은 올해 5월 전부 쌍용차로 복귀했다. 주야 2교대 근무도 다시 시작됐다. 점거사태 이후 4년 만의 일이다. 주야 2교대가 실시되는 곳은 수출용 카이런과 액티언, 렉스턴W와 코란도스포츠 등을 생산하는 조립3팀. SUV 차량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공장을 풀가동하게 됐다.
○ 새 희망, 뉴 코란도C
이날 신차를 선보이면서 이유일 쌍용차 대표는 “뉴 코란도C는 도시와 레저 생활 모두를 즐기려는 고객을 위한 차”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들은 얘기가 더 와 닿았다. 뉴 코란도C를 ‘손끝 품질’로 만들었다는 얘기였다. 박 팀장은 “쌍용차 직원들의 평균 나이는 40대 중반”이라며 “최근 자동차의 고장 대부분은 기계가 만드는 엔진이나 미션이 아닌 손으로 꽂아야 하는 배선과 간단한 부품들에서 나오는데 20년을 현장에서 보낸 우리들의 손끝은 잔 고장도 없게 한다”고 말했다.
평택=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