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레스토랑, 수익성 악화로 폐업-점포수 축소 잇따라
○ 폐업하는 업체도 나와
패밀리레스토랑 붐을 이끌었던 1세대 업체들의 침체는 2000년대 후반부터 시작돼 최근 가속화하고 있다. TGI프라이데이스나 베니건스, 토니로마스 등은 명동, 광화문 등 서울 시내 요지에 있던 매장들을 최근 잇따라 철수했다. 핵심 상권의 넓은 매장은 임차료 부담이 큰 데다 매출마저 지속적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란 것이 업계 분석이다. 베니건스는 20여 개, TGI프라이데이스는 40여 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는 전성기 때의 절반 수준이다. 두 업체는 누적된 적자로 각각 바른손(2010년), 롯데리아(2009년)에 인수된 상태지만 이렇다 할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영업난을 이기지 못하고 문을 닫는 업체들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국내 패밀리레스토랑 1세대 중 한 곳인 마르쉐는 올해 5월, 한국 진출 17년 만에 영업 부진으로 문을 닫았다. 대한제당의 자회사 TS푸드앤시스템이 운영하던 패밀리레스토랑 씨즐러도 최근 폐업절차가 완료됐다.
○ 선진국형 테마·부티크 레스토랑의 시대로
패밀리레스토랑들의 퇴조에는 한국의 사회상 변화가 맞물려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외식업 트렌드는 원래 소득 수준과 사회 발달 속도에 따라 변하는 것”이라며 “국내에서 패밀리레스토랑의 인기가 사그라드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외식문화가 급격히 유입됐던 1980, 90년대에는 패스트푸드가 인기를 끌었다. 패밀리레스토랑은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 ‘서양식 고급 요리’란 이미지로 소개되면서 중산층 사이에 큰 붐을 일으켰다.
하지만 최근 외식문화가 성숙해지고 취향이 고급화·다양화된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패밀리레스토랑은 더이상 ‘새롭고 세련된 외식 장소’가 아니게 됐다. 요즘에는 테마 레스토랑이나 부티크 레스토랑이 인기를 끌고 있다. 외식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형적 인테리어와 메뉴를 고집한 패밀리레스토랑은 한계에 봉착했다”며 “특히 1, 2인 가구 증가, 참살이(웰빙) 열풍으로 인한 채식 및 저칼로리 음식 선호 등 여러 가지 변화들에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차별화된 콘셉트나 고급화를 통해 탈출구를 찾는 업체들도 있다. 빕스는 프리미엄 버전인 ‘더 스테이크하우스 바이 빕스’를 론칭해 VIP 고객들을 대상으로 특화한 메뉴들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썬앳푸드는 최근 토마토를 테마로 한 레스토랑 ‘세레브 데 토마토’를 열었다.
:: 부티크 레스토랑 ::
프랜차이즈가 아닌 개별 음식점으로 고급스러운 분위기와 서비스를 강조하는 레스토랑.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