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파그너·박종우 릴레이골 FA컵 4강행
더 이상의 서울극장은 없었다.
스코어는 0-2. FC서울이 부산 아이파크에 지고 있었다. 전광판 시계가 멈춘 상황에서 서울이 만회골을 넣었다. 1골 차로 좁혀진 가운데 추가시간은 4분. 서울은 올해 유독 막판 역전극이 많아 ‘서울극장’으로 불렸다. 드라마 탄생을 한 번 기대해볼 만했다. 기회는 있었다. 종료직전 부산 이범영이 시간을 끌자 주심이 간접프리킥을 선언했다. 골키퍼가 손에서 볼을 내보낸 뒤 6초 안에 처리해야한다는 룰을 어겼다는 지적. 서울 팬들이 숨을 죽였다. 여기서 동점골이 나오면 기적이었다.
부산이 ‘대어’ 서울을 낚았다. 부산은 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3 하나은행 FA컵’ 8강전에서 서울을 2-1로 누르고 4강에 올랐다.
후반 23분 파그너의 선제골에 이어 5분 뒤 박종우가 페널티킥으로 결승골을 터뜨렸다.
징크스vs징크스의 싸움에서 부산이 웃었다. 부산은 최근 서울 원정에서 3무13패로 한 번도 못 이겼다. 반면, 서울 최용수 감독은 동래고-연세대 선배인 윤성효 감독에게 약했다.
윤 감독이 라이벌 수원에 있을 때는 물론 부산으로 자리를 옮기고 나서도 7경기(1무6패) 동안 시달리다가 6월 홈경기에서 8번째 경기 만에 1-0으로 이겼다.
그러나 부상에서 복귀한 데얀이 부진했다. 움직임이 느렸고 자주 짜증을 부렸다. 전반 40분 기습적으로 날린 슛이 크로스바를 맞고 나온 것을 빼고 이렇다할 찬스를 못 만들었다. 에스쿠데로는 후반 8분 완벽한 찬스를 놓쳐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부산은 카운트어택으로 재미를 봤다. 내내 밀리다가 파그너가 뒤에서 한 번에 넘어온 볼을 받아 첫 골을 뽑아냈다. 곧이어 또 한 번 빠른 역습을 감행했고 서울 김치우가 이를 막다가 페널티킥을 내주고 퇴장까지 당했다. 이것으로 승부는 갈렸다.
한편, 포항은 경남을 2-1로 눌렀고 제주도 인천에 2-0 승리를 거뒀다. FA컵 4강은 전북과 부산, 제주, 포항의 대결로 압축됐다.
상암|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트위터@Bergkamp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