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롭게도 제가 방망이 가져오고 나서 5타수 무안타네요.”
7일 잠실구장. 두산 민병헌(26)이 알 듯 모를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덕수정보산업고 후배인 넥센 김민성(25)에 대한 얘기였다. 잠신중 시절부터 1년 선후배로 지내온 둘은 올해 각자 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아 맹활약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페이스는 김민성이 더 좋았던 게 사실. 어느새 중심타선까지 진입한 후배에게 ‘기’를 받고 싶었던 민병헌은 6일 경기를 앞두고 넥센 덕아웃을 찾아 배트 한 자루를 얻어왔다. 민병헌은 “어차피 민성이가 나보다 무거운 배트를 써서 경기 중엔 사용할 수 없다”며 웃어 보였다. 그런데 하필이면 바로 그날 김민성이 수난을 겪었다. 넥센이 1점차로 추격한 9회초 2사 2·3루를 포함해 중요한 득점 찬스를 유독 많이 맞았지만, 모두 무안타로 물러났다. 경기를 끝내는 김민성의 마지막 파울플라이 타구를 잡은 사람도 다름 아닌 민병헌이었다. 민병헌이 뿌듯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내심 미안해했던 이유다.
그러나 ‘기’는 늘 흐름을 탄다. 금세 주인에게 돌아올 수 있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김민성의 타순을 다시 7번으로 조정하면서 “민성이가 잘해서 이긴 경기도 많았다. 마음의 부담을 빨리 덜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다독였다. 김민성 역시 변함없이 밝은 표정으로 훈련에 임했다. 그리고는 5회 7-7 동점을 만드는 좌월2점홈런을 쏘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