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규인 스포츠부 기자
이날은 롯데 김명성 감독의 발인일이었다. 그러나 이 KBO의 결정으로 선수들은 시즌 중 급성 심근경색으로 숨진 스승의 죽음을 애도할 단 하루의 말미도 얻지 못한 채 ‘민망하게’ 경기를 치러야 했다. KBO에게 경기 일정은 그만큼 꼭 지켜야 하는 원칙이었다.
KBO는 7일 “구장 시설 개보수로 9월 3, 4일 포항에서 열릴 예정이던 삼성의 안방 경기 장소를 대구로 바꾼다”고 밝혔다. 무슨 공사를 한다는 걸까. 포항구장에 전화를 걸었다. 포항구장 관계자는 “3일 경기 전까지는 배수시설 공사가 모두 끝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KIA에서 요청해 대구로 구장이 바뀐 걸로 안다”고 말했다.
포항은 광주에서 대구보다 1시간이 더 걸린다. 서울로 갈 때도 그렇다. 4일 경기가 끝난 뒤 포항에서 곧바로 잠실로 이동해야 하는 KIA에는 참 부담스러운 1시간이다. 게다가 포항 방문 경기 때는 역시 차로 1시간 정도 떨어진 경주의 숙소에서 묵어야 한다. 구단 관점에서 생각하면 이래저래 피곤한 일정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포항 팬들은 어땠을까. 기자는 인천 팀이 제2 연고지로 쓰던 수원에서 나고 자랐다. 해마다 프로야구 일정이 나오면 수원구장 경기 일정을 확인하는 게 제일 중요한 일이었다. 모두가 야구팬인 기자의 가족에게 그날 다른 일을 하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무조건 야구장이었다. 경기 시작 몇 주 전부터 설레는 마음으로 우리 팀이 오기를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이번에 포항 팬들 역시 다르지 않았을 터다.
현역 감독의 죽음 앞에서도 경기 일정은 꼭 지켜야 하는 팬들과의 약속이었다. 그걸 못 박았던 게 KBO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KBO 스스로 원칙을 저버렸다. 그것도 거짓말까지 해가면서. KBO의 해명이 궁금하다.
황규인 스포츠부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