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한나(31·사진)는 깔깔깔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장한나가 ‘앱솔루트 클래식’(17∼31일·경기 성남아트센터) 프로젝트를 앞두고 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첼리스트로 역량을 더 발휘할 수 있는데, 지휘자의 길로 들어선 것에 아쉬움은 없느냐’는 질문을 받고 내놓은 답이었다.
그는 다음 달 카타르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으로 취임한다. 지휘자 데뷔 7년 만에 창단 5년차 프로 오케스트라의 수장을 맡아 한 시즌에 110여 일을 카타르에서 보내며 자신의 음악을 만들게 된다.
그는 36세에 비행기 추락사고로 요절한 이탈리아 구이도 칸텔리(1920∼1956)를 롤 모델로 꼽았다. “칸텔리가 남긴 몇 장 안 되는 실황음반을 들어보면 정말 놀라워요. 음악은 나이가 아니라 영혼으로 하는 것이구나….”
세계 음악계는 중동 오케스트라의 수장을 맡은 30대 여성 지휘자를 두고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와 영국 BBC 월드뉴스가 올해 초 장한나를 인터뷰했다. 그는 카타르필 음악감독으로 서는 첫 무대에서 라벨의 ‘라 발스’와 베토벤 교향곡 7번을 지휘한다. 베토벤 교향곡 7번은 그가 2007년 지휘자 데뷔 무대에서 선보였던 뜻깊은 곡이기도 하다.
저명한 첼리스트라는 간판을 내려놓고 쉽지 않은 도전에 나서는 장한나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눈에 띄는 여성 지휘자를 찾기 어려운 클래식계에서 ‘음악에서 반드시 진심은 통한다’는 그의 믿음이 이뤄지기를 바란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