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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아홉에 밟아본 세계선수권, 서른넷에 다시 꿈꾸다

입력 | 2013-08-08 03:00:00

■ 亞농구선수권 대표팀 기둥 김주성




마닐라=사진공동취재단

“그땐 쟁쟁한 선배가 많았다. 다들 아저씨 같다는 느낌이었다.”

1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개막한 아시아선수권에 출전한 남자 농구대표팀의 김주성(34·동부·사진)은 국가대표 데뷔 무대였던 1998년 그리스 세계선수권을 떠올리면서 “지금의 나를 있게 한 대회였다”고 회상했다.

당시 중앙대 1학년이었던 그는 19세로 대표팀 막내였다. 최고참이던 강동희(전 동부 감독)보다는 열세 살이 어렸다. 당시 대표팀에는 문경은(SK 감독) 이상민(삼성 코치) 서장훈 현주엽(이상 은퇴) 추승균(KCC 코치) 등 내로라하는 선배들이 있었다. 문경은 SK 감독은 “그때 주성이를 보고 농구 센스가 상당히 좋다는 느낌을 받았다. 센터 치고는 기동력도 있어 쓸만한 센터가 하나 나오겠구나 싶었다”며 15년 전의 김주성을 떠올렸다.

세월이 지나 김주성은 대표팀 고참이 됐다. 이번 대표팀에서 혼혈 선수 이승준(35·동부) 다음으로 나이가 많다. 막내인 이종현(고려대 1학년) 최준용(연세대 1학년)보다는 열다섯 살이나 위다. ‘삼촌뻘’이다. 김주성은 아시아선수권에서 후배들을 이끌고 16년 만의 세계선수권 진출에 도전하고 있다. 한국은 김주성이 나갔던 그리스 대회 뒤로 세계선수권 무대를 밟지 못했다. 이번 대회 3위 안에 들면 2014년 스페인 세계선수권에 나갈 수 있다. 세계선수권이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것을 감안하면 김주성에게는 이번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마지막 도전이다. 꼭 가고 싶다.” 그는 세계선수권 출전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때 경기에는 거의 못 나갔다. 무서운 선배들 밑에서 많이 얼어 있었다. 하지만 벤치에서 경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됐다.” 당시 그는 3경기에서 평균 4분밖에 뛰지 못했지만 대학 1학년 때 경험한 세계선수권이 지금의 김주성을 있게 한 밑거름이 됐다고 생각한다. “세계선수권 출전 티켓을 따도 내년에 대표팀에 뽑힐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뽑히지 않아도 후배들한테 기회를 열어줄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후배들에게는 좋은 기회다”라고 말했다.

지금의 이종현이 그리스 세계선수권 때의 김주성 나이다. “종현이를 보면 ‘나도 저 나이 때 저 정도 했었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주위 사람들한테 물어보면 나도 종현이만큼 했다고 하더라.(웃음)” 김주성은 ‘괴물 센터’로 불리는 후배 이종현에 대해 “세계무대를 경험하면 나보다 더 나은 선수가 될 것이다. 좀 더 일찍 경험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라며 애정을 보였다.

‘보물 센터’ 김주성은 1일 조별리그 첫 상대였던 중국과의 경기 때 팀에서 가장 많은 15점을 넣어 한국이 아시아선수권에서 16년 만에 ‘만리장성’을 무너뜨리는 데 앞장섰다. 김주성은 “중국을 이기면 (팬들의) 관심을 많이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선수들이 신경을 더 많이 썼다. 이제는 이런 관심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며 각오를 다졌다. 한국은 7일 12강 조별리그 2차전에서 카자흐스탄을 71-47로 꺾고 8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