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亞농구선수권 대표팀 기둥 김주성
마닐라=사진공동취재단
1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개막한 아시아선수권에 출전한 남자 농구대표팀의 김주성(34·동부·사진)은 국가대표 데뷔 무대였던 1998년 그리스 세계선수권을 떠올리면서 “지금의 나를 있게 한 대회였다”고 회상했다.
당시 중앙대 1학년이었던 그는 19세로 대표팀 막내였다. 최고참이던 강동희(전 동부 감독)보다는 열세 살이 어렸다. 당시 대표팀에는 문경은(SK 감독) 이상민(삼성 코치) 서장훈 현주엽(이상 은퇴) 추승균(KCC 코치) 등 내로라하는 선배들이 있었다. 문경은 SK 감독은 “그때 주성이를 보고 농구 센스가 상당히 좋다는 느낌을 받았다. 센터 치고는 기동력도 있어 쓸만한 센터가 하나 나오겠구나 싶었다”며 15년 전의 김주성을 떠올렸다.
“마지막 도전이다. 꼭 가고 싶다.” 그는 세계선수권 출전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때 경기에는 거의 못 나갔다. 무서운 선배들 밑에서 많이 얼어 있었다. 하지만 벤치에서 경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됐다.” 당시 그는 3경기에서 평균 4분밖에 뛰지 못했지만 대학 1학년 때 경험한 세계선수권이 지금의 김주성을 있게 한 밑거름이 됐다고 생각한다. “세계선수권 출전 티켓을 따도 내년에 대표팀에 뽑힐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뽑히지 않아도 후배들한테 기회를 열어줄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후배들에게는 좋은 기회다”라고 말했다.
지금의 이종현이 그리스 세계선수권 때의 김주성 나이다. “종현이를 보면 ‘나도 저 나이 때 저 정도 했었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주위 사람들한테 물어보면 나도 종현이만큼 했다고 하더라.(웃음)” 김주성은 ‘괴물 센터’로 불리는 후배 이종현에 대해 “세계무대를 경험하면 나보다 더 나은 선수가 될 것이다. 좀 더 일찍 경험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라며 애정을 보였다.
‘보물 센터’ 김주성은 1일 조별리그 첫 상대였던 중국과의 경기 때 팀에서 가장 많은 15점을 넣어 한국이 아시아선수권에서 16년 만에 ‘만리장성’을 무너뜨리는 데 앞장섰다. 김주성은 “중국을 이기면 (팬들의) 관심을 많이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선수들이 신경을 더 많이 썼다. 이제는 이런 관심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며 각오를 다졌다. 한국은 7일 12강 조별리그 2차전에서 카자흐스탄을 71-47로 꺾고 8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