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강생들 “우릴 봉으로 알아” 불만
서울에 있는 A입시체육학원. 전화상담에서 학원 관계자가 호언장담했다. “원장님이 대부분 직접 강의를 해주세요. 소수정예로 강의가 이뤄집니다.”
사실일까. 학원에 다니는 학생들은 “40∼45명의 수강생에 강사 한 명씩 붙는다”고 했다. 대부분의 수업을 대학 1학년이 ‘알바’ 수준으로 뛴다는 얘기도 전했다. 믿기 힘든 말도 들렸다. “원장이 자신의 모교 교수들과 친하다고 자랑해요. 미리 ‘작업’을 했으니 실기점수에서 플러스알파를 기대할 수 있다고 직접 홍보하고 다녀요.”
○ 알바가 전문강사로 둔갑
입시체육학원은 체육 관련 학과에 진학하려는 고등학생에게 실기를 가르치는 곳. 지난해 입시에서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서울지역 주요 7개 대학의 체육 관련 학과 정시모집 경쟁률이 6.5 대 1에 육박했다.
체육학과는 실기의 비중이 크다 보니 대부분의 수험생이 입시체육학원을 필수 코스로 여긴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이후부터 체대 입시가 끝날 즈음인 이른바 ‘시즌’에 일부 학원의 경우 수강료가 부르는 게 값인 이유다. 유명 학원 수강료는 세 달에 200만 원 수준이다.
그런데 비싼 수강료를 내는 수강생의 불만은 크게 늘고 있다. 과장광고, 교습비 과다 징수, 교습비 환불 거부, 사후관리 부족…. 과장광고에 대한 피해를 호소하는 수강생도 많았다. 학원 홈페이지에서 홍보하던 시설이나 기구가 없다거나 수업 장소가 달랐다는 내용이다.
일부 수강생은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모 군(18·고3)은 “체대 입시 합격은 군기가 좌우한다는 식의 핑계로 학원 강사가 지휘봉으로 때렸다. 다른 아이들 보는 앞에서 맞았을 땐 그만두고 싶었다”고 했다.
○ 법망 사각지대에 놓인 입시체육학원
강사들이 직접 밝힌 학원 운영 실태도 심각했다. 서울의 유명 사립대 체육학과에 재학 중인 A 씨(23)는 지난해 입시체육학원 강사로 나서 한 달에 30만 원가량을 받았다. 그는 “알바 수준의 강사로부터 체계적이고 준비된 수업을 기대하는 일 자체가 무리”라고 전했다. 강사 모집 과정에 대해 설명할 땐 목소리가 커졌다. 전문성을 갖춘 강사는 원장을 포함해 3, 4명 수준. 보통은 원장이 필요할 때마다 안면이 있는 대학생을 부르는 식이라고 했다.
서울의 다른 사립대 체육학과에 다니는 B 씨(22)의 얘기도 마찬가지. 시즌 때 딱 40만 원 받고 일했다. 계약서 같은 건 쓴 적도 없었다. 그는 “차라리 수영이나 유아에게 운동을 가르치면 훨씬 더 많이 번다. 그런데도 학원장이 평소 친분이 있는 우리 학교 교수를 통해 제의를 해 거절하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수험생의 불만이 크지만 관리 감독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이유는 입시체육학원이 당국의 규제를 받지 않아서다.
하지만 입시체육학원은 체육시설법의 적용도 받지 않는다. 체육시설법을 관장하는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입시체육학원의 입시 교습 기능을 고려해 학원법 관리 대상으로 분류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반면 교육부 관계자는 “입시체육학원은 많은 공간을 차지한다. 체육시설법의 제정 취지를 고려해도 체육시설법에서 다루는 게 맞다”고 반박했다.
부처들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가운데 입시체육학원은 통제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됐다. 보통 학원은 강사에 대한 정보를 게시하거나 공개해야 한다. 또 과장광고를 하면 안 된다. 입시체육학원은 이런 규제가 사실상 없는 셈이다.
국회에서도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했다. 새누리당 강은희 의원은 입시체육학원을 학원법 적용 대상으로 개정하는 법안을 내고 현재 공동 발의를 진행 중이다. 강 의원은 “입시체육학원은 사실상 자유업처럼 운영된다. 소비자 피해가 생겨도 등록말소, 과태료 부과 등 사후조치조차 하기 힘든 구조다. 문제 학원이 독버섯처럼 퍼지기 전에 시급하게 움직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오신혜 인턴기자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