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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노 담화 20년] 원폭피해 나가사키 시민들, 日침략 고발 전시관 세워

입력 | 2013-08-08 03:00:00

■ 1995년 문 연 나가사키 평화자료관




일본의 침략 역사를 뒷받침하는 유물과 문헌 등을 전시하는 나가사키 평화자료관의 정문.

나가사키(長崎)는 원자폭탄으로 일본이 당한 피해를 보여주는 원폭자료관으로 유명하다. 원자폭탄이 떨어진 자리 인근에 크게 조성돼 있다. 그런데 여기서 남쪽으로 약 2km 더 가면 일본의 ‘피해’가 아닌 ‘가해’의 역사를 전시하는 ‘나가사키 평화자료관’이 나온다. 주소는 나가사키 시 니시자카(西坂) 정(町) 9-4다.

3층의 아담한 건물에 불과하지만 그 안에 전시된 자료는 신랄하게 일본의 침략 역사를 고발하고 있다. 전시물의 주제인 ‘조선인 피폭자’ ‘강제연행·강제노동’ ‘일본의 침략―조선편’ ‘일본의 침략―중국편’ ‘위안부’ 등이 이 자료관의 성격을 명확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 자료관은 1995년 10월 1일 문을 열었다. 일본의 과거 가해 행위와 그에 대한 전후의 무책임을 밝히고, 일본 정부에 진지한 사죄와 보상 실현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설립 취지문을 보면 일본에 이런 자료관이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일본 정부에 전쟁 책임을 단호하게 묻고 있다. “일본의 침략과 전쟁으로 희생된 외국인들은 전후 50년이 지나도 어떠한 보상도 받지 못하고 버려졌다. 가해 역사가 숨겨져 왔기 때문이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사죄도 보상도 하지 않는 무책임한 태도는 국제적인 신뢰를 배신하는 행위다.”

이 자료관은 나가사키 시민들이 일본의 전쟁 가해 책임 규명에 노력한 고(故) 오카 마사하루(岡正治·1918∼1994) 목사의 뜻을 받들어 설립했다. 오카 목사는 나가사키 재일 조선인 인권을 지키는 모임의 대표 등을 맡아 약자의 차별 철폐에도 앞장섰던 인물이다. 시민이 설립하고 시민이 운영하는 일본의 전쟁책임을 묻는 유일한 자료관이다.

자원봉사자 간다 지구사(神田千草) 씨는 “나가사키 시내의 학생들과 시민들이 매년 3000명가량 자료관을 찾고 있다”고 소개했다.

나가사키=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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