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초단체장-의원 후보들 대혼란
내년 6월 4일 치러지는 제6회 지방선거가 8일로 300일을 남겨놓고 있다. 사진은 2010년 5월 서울 마포구 창전동 거리에 설치돼 있던 제5회 지방선거 벽보판. 동아일보DB
○ ‘개인전’ 전망 속에 현역들 득의만면
경기 지역에서 시장선거를 준비하던 정당인 A 씨는 7일 “청춘을 당에 바쳤는데 다 허사가 될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정당공천제가 사라지면 기초선거는 철저히 각 후보의 ‘개인기’로 승부하는 싸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A 씨는 “지인 300명을 입당시켰는데 이 중 200명이 벌써 ‘너한테 도움도 안 될 것 같고 당비도 아깝다’며 입당을 철회했다”고 하소연했다.
이런 가운데 현역 단체장과 의원들은 득의만면이다. 충북의 한 기초단체장 출마를 선언한 C 씨는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민주당이 당론으로 확정했을 때 현역 단체장들은 축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인지도에 있어서도 현역과 일반 후보는 비교가 안 되는데 가뜩이나 일반 후보들은 공천이라는 교통정리 과정이 없으니 여러 명이 난립해 표가 분산될 거라는 분석에서다.
‘현역 프리미엄’이 이전보다 훨씬 강한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역구 의원과 사이가 안 좋거나 소속 정당이 선거에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하는 일부 기초단체장은 벌써 탈당을 저울질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정상혁 충북 보은군수가 최근 민주당을 탈당한 데 대해서도 “지역에서 인기가 떨어진 민주당 꼬리표를 굳이 붙일 필요가 없기 때문 아니겠느냐”라는 분석이 나온다. 인천 지역 현역 구청장인 D 씨는 “정당공천제 폐지를 솔직히 반기고 있다”며 “그동안 소속 정당이 있다 보니 태도를 취하기가 곤란한 사안이 많아 제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 ‘평민 후보’ 울상, 믿을 건 발품뿐
조직력이 남성 후보보다 밀리는 여성 정치인들도 불만이 많다. 김동연 서울 동작구의원(새누리당·여)은 “동네를 많이 다니고 술자리를 자주 갖는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지 않겠느냐”며 “그런 면에서 여성 후보들이 약한데, 아무래도 정당공천제가 폐지되면 여성 후보들은 절대적으로 불리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예비 주자들은 “정당공천이 사라지면 발품 싸움은 훨씬 치열해지고 선거 양상도 복잡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황병직 경북 영주시의원(무소속)은 “지금까지는 선거 초기엔 유권자보다 공천권자가 더 중요했지만 정당공천제가 폐지되면 예비후보 선거운동 때부터 많은 주민을 만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강명 기자·사회부 종합 tesomiom@donga.com
명재연 인턴기자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