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흘만에 침묵 깬 北, 공단 회생 발판은 마련했지만…
벼랑 끝에서 돌아서긴 했지만 개성공단의 정상화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핵심 쟁점인 ‘개성공단 가동 중단의 책임 인정’ 부분에 대해 북한이 근본적 태도까지 바꾼 것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기 때문이다. 14일 개성공단에서 열리는 제7차 남북 당국 간 실무회담은 이런 점에서 개성공단의 향후 운명을 결정할 최후의 결전이 될 개연성이 크다.
○ 결국 한발 물러선 북한
북한은 특별담화 내용을 미리 준비해 놓고 정부가 실제 개성공단을 폐쇄할 의지가 있는지를 살폈을 개연성이 크다. 그러다 정부가 북한에 경고해 온 ‘중대 결단’을 단행할 조짐을 보이자 서둘러 이를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개성공단 가동 중단의 책임을 남측에 떠넘기며 먼저 회담 결렬을 선언하는 등 엄포를 놨지만 결국 ‘돈줄’인 개성공단 재가동의 필요성이 절박하다는 점을 자인한 셈이다.
북한이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의 특별담화 형식으로 내놓은 제안에는 정부가 그동안 요구해 온 내용들이 대폭 수용돼 있다. 조평통 대변인은 특별담화에서 “개성공업지구 남측 인원들의 신변안전을 담보하며 기업들의 재산도 철저히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어가 ‘북측’으로 명시돼 있지는 않지만 조평통이 엄숙히 천명하는 내용 중 하나로 열거해 사실상 북한이 이를 보장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기존에 내놨던 합의안 및 수정안의 2조에서 주어를 ‘북과 남’으로 고집하며 공동책임을 요구했던 태도에서 물러선 셈이다.
또 북한은 4월 8일 일방적으로 선포했던 개성공단의 잠정 가동 중단 조치를 해제하고 입주기업들의 출입도 전면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설비 점검과 가동 준비가 된 기업들에는 북측 근로자들의 정상 출근도 보장하겠다고 했다.
재발 방지와 관련해서는 여전히 주체를 ‘북과 남’으로 내세웠지만 ‘중단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며 정상 운영을 보장한다’는 정도로 타협적인 문구를 넣었다. 6차 회담에서 요구했던 ‘남측은 공업지구를 겨냥한 불순한 정치적 언동과 군사적 위협을 하지 않는다’는 표현은 사라졌다.
다만 정부 당국자들은 북한이 내놓은 제안들이 기존 6차 회담까지 내놨던 합의문 및 수정안에 비해 전향적인 내용을 담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북한의 태도 변화를 감안할 때 14일에 열릴 7차 회담에서 책임 인정 부분에 대해서도 보다 진전된 합의안을 가져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이유다. 정부 핵심 당국자는 “회담 결렬을 선언하면서 남측의 입장 변화를 회담 재개의 조건으로 내걸었던 북한이 조건 없이 회담 재개를 제의하고 나온 것 자체를 긍정적인 변화로 볼 수 있다”며 “개성공단을 어떻게든 유지해 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차기 회담에는 남측의 김기웅 수석대표와 북측 박철수 수석대표가 그대로 참석한다. 북한이 차기 회담에서 개성공단 가동 중단의 책임을 인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보다 명확한 재발방지를 약속한다면 나머지 쟁점들은 일사천리로 풀릴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이미 6번의 회담을 진행하면서 정부가 요구해온 개성공단의 국제화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 합의문 수정안에 “개성공단 내의 인터넷 통신, 휴대전화 등 원만한 통신보장, 통관 절차의 간소화와 통관 시간의 단축 등 조치를 협의한다”고 명시해 이른바 ‘3통’ 문제의 해결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남북한이 합의에 도달하더라도 개성공단 재가동 시기를 놓고 실랑이가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서둘러 합의문에 서명한 뒤 곧바로 개성공단 문을 다시 열자고 요구할 것이다. 반면 정부는 ‘3통’ 개선 이행 등 합의문의 내용이 현실화된 이후 개성공단을 열겠다는 방침이다. 정부 핵심 당국자는 “우리가 (북한을) 한두 번 본 것도 아닌데 냉정하고 냉철하게 여러 가지 잘 감안해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