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약품이 급성 설사약 '락테올'을 만들 때 신고내용과 다른 원료를 사용하면서 이를 정부에 알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락테올캡슐, 락테올정, 락테올과립 등 3개 품목에 대해 잠정적으로 판매중단과 회수조치를 내렸다고 8일 밝혔다. 이 약을 만들었던 동화약품에는 제조업무정지 6개월의 행정처분을 내리고 형사고발키로 했다.
락테올은 1988년 정부 허가를 받으면서 프랑스에서 수입한 원료로 만들었다. 당시에 정부에 제출한 자료에는 '틴달화 아시도필루스'라는 유산균 균주(菌株)를 사용한다고 했다. 실제로는 '퍼멘텀' 균주와 '델브뤼키' 균주 혼합물을 사용해 약을 만들었다.
프랑스의 원료 개발업체는 동화약품이 허가받은 원료와 실제 원료가 다르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2005년에 이를 동화약품에 통보했다. 그러나 동화약품은 이를 정부에 알리지 않았다.
락테올의 첫 복제약이 정부의 허가를 받은 시점은 1992년이다. 이때부터 지금까지 56개의 복제약이 나왔다. 동화약품이 원료의 변경사실을 알리지 않아 국내 제약사들은 공개된 허가 정보의 내용대로 틴달화 아시도필루스를 사용해 복제약을 만들었다.
현재 국내에서 생산 및 판매 중인 락테올 복제약은 32개다. 1992년부터 20년이 넘도록 오리지널약과 다른 복제약을 생산했다는 얘기다. 오리지널약과 성분이 달라 치료효과를 인정하기 어려워서 식약처는 복제약에 대해서도 잠정적으로 판매중단과 회수조치를 내렸다.
오리지널약과 복제약에 사용된 원료는 모두 유산균인 만큼, 안전성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식약처는 설명했다. 급성설사 증상 때문에 락테올이나 복제약을 복용하던 환자는 의사나 약사와 상담해 설사를 멈추게 하는 일반 지사제(止瀉劑)나 다른 유산균 제제를 복용하면 된다.
락테올에 들어간 유산균 원료는 프랑스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설사 치료제에 사용한다. 복제약에 들어간 아시도필루스는 건강기능식품과 식품에서 두루 사용되는 유산균이다. 그러나 급성설사에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를 확실히 검증할 때까지 생산을 중지시킬 방침이다.
식약처는 락테올에 대한 프랑스의 자료를 바탕으로 조사를 실시하고 약효를 평가하기로 했다. 이어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이르면 10월 말까지 후속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복제약에 대해서는 민관이 함께 참여하는 특별재평가팀을 만들어 문헌조사와 임상시험을 동시에 진행하기로 했다. 이를 토대로 판매재개 여부를 결정한다.
식약처는 락테올과 복제약 제품이 원활하게 반품되도록 대한약사회와 제약협회, 도매협회, 제약사에 협조를 요청하기로 했다. 아울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회수대상 의약품의 목록을 통보해 병·의원 및 약국에서의 처방과 조제를 제한하기로 했다.
또 식약처는 유산균 제제의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의약품에 쓰인 유산균 종류를 정기적으로 확인할 계획이다. 제품의 국내·외 허가사항을 5년마다 평가하는 '주기적 품목갱신제'도 운영하기로 했다. 국가간에 의약품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의약품실사상호협력기구(PIC/S)에는 2015년 가입할 예정이다.
이샘물 기자evey@donga.com
권승록 인턴기자 서강대 경영학과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