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신규부실 10兆… 1분기의 2배대부분 조선-해운 등 기업대출서 발생금융부실→실물경제 악화 악순환 우려… 시중銀“부실채권 폭넓게 본 결과”
국내 은행의 부실이 심상치 않다. 부실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규모도 커지고 있다.
은행권에서 올해 2분기(4∼6월)에 새로 발생한 부실채권이 1분기의 약 2배인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 전체 부실채권 규모는 25조 원에 육박하고 있다. 금융 당국과 시중은행들은 “부실채권의 범위를 넓게 본 결과로, 실제 심각한 부실로 이어질 우려는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금융권 부실이 지금처럼 계속되면 이제 겨우 기지개를 켜는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 부동산PF 사태 이후 최대 규모 부실
분기별로는 3년 전인 2010년 2분기(12조8000억 원) 이후 가장 많다. 당시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연체가 급증했고 금호아시아나그룹 구조조정으로 은행권 부실채권이 늘어났다. 이에 따라 전체 부실채권 잔액은 24조9000억 원으로 전 분기 대비 4조4000억 원 늘었다.
부실의 상당부분은 기업대출에서 발생했다. 2분기 신규 부실채권 가운데 기업여신은 9조4000억 원이었다. 조선, 해운 등 경기에 민감한 업종에서 잠재돼 있던 부실이 대거 수면 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조선업과 해운업의 부실채권 비율은 전 분기 말에 비해 각각 1.83%에서 6.86%, 1.65%에서 6.59%로 급증했다.
최근 대기업 신용위험 정기평가로 구조조정 대상이 가려진 영향도 컸다. 금감원은 지난달 구조조정 대상 기업 40곳을 발표하며 이번 구조조정으로 금융권이 쌓아야 하는 대손충당금 규모가 6803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은행들은 이 기업들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2분기 장부에 반영했다.
은행은 구조조정 대상이 된 기업에 빌려준 돈을 ‘부실채권’으로 간주해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대손충당금은 대출을 받은 기업이나 개인이 자금난 등으로 부실해지면 돌려받지 못할 상황에 대비해 준비하는 돈이다. 충당금이 늘면 은행의 순익도 줄게 된다.
금융 당국과 시중은행들은 부실채권이 일부 증가했어도 큰 문제가 없다고 일축한다. 시중은행의 한 부행장은 “최근 금감원 방침에 따라 장부상 부실이 늘어난 것이지, 실제로 은행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지난달 19일 각 은행에 공문을 보내 STX조선해양 등 자율협약 기업의 대출을 ‘부실채권’으로 분류하라고 지도했다. 권창우 금감원 건전경영팀장은 “부실채권 분류에 따른 일시적 요인을 제외하면 전 분기와 부실 수준이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하반기에 은행권 부실채권이 더 늘어 은행권 자산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은행의 부실이 실물경제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 은행에 부실채권이 많아 대손충당금을 쌓다 보면 수익이 떨어져 기업에 대출을 해주기 어렵기 때문이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은행이 기업 대출을 꺼려 실물경기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경기의 진폭을 줄여줘야 할 금융권이 오히려 문제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은아·이상훈 기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