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영구임대 아파트 사는 세자매, 따돌림에 입닫아 경찰이 심리치료 주선곰팡이 슨 집 찾아가 새단장도 도와
광주 북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청소년계 학교전담 경찰관들이 후원자의 도움을 받아 2일 김세영 양 등 세자매의 비좁은 집에서 작업할 도배와 장판을 고르고 있다. 광주 북부경찰서 제공
최 경장은 상담 과정에서 김 양이 2010년 간질로 교실에서 거품을 물고 쓰러진 뒤 친구들로부터 ‘찐따(왕따를 의미)’로 불리며 따돌림을 당해 왔다는 것을 알게 됐다. 김 양은 친구나 후배들과 친해지려 애썼지만 외면당하기 일쑤였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최 경장은 한 달 넘게 이어진 상담으로 김 양의 가정형편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다. 김 양의 어머니는 10년 전 암으로 숨졌다. 아버지는 일용직 노동자다. 김 양과 언니(14·중 3)와 여동생(11·초 5) 등 세 자매는 대화할 사람이 없었다. 김 양과 언니는 세상에 마음의 문을 닫아 사회성과 학업성적도 떨어지는 상태였다.
최 경장 등은 최근 김 양의 집을 방문한 뒤 깜짝 놀랐다. 영구임대아파트 37m²(약 12평) 집 곳곳에 거미줄이 쳐져 있었고 벽지·장판은 곰팡이가 피어 폐가를 연상케 했다. 이 소식을 접한 한 학부모가 2일 도배와 장판 비용을 후원해 최근 집을 깔끔하게 단장했다. 김 양의 아버지는 경찰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자 “더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 주라”며 손사래를 쳤지만 세 자매의 방이 깨끗이 변한 것을 보고 환한 웃음을 지었다.
공창곤 북부서 청소년계장은 8일 “학교폭력을 파악하다 만난 김 양 자매에게 작은 꿈과 희망을 줄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앞으로도 세 자매의 튼튼한 울타리가 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