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정민 정치부 기자
김 의원은 박 대통령에게 “누구와 함께 갈까요?”라고 물었고 박 대통령은 박희태, 맹형규 의원을 지목했다. 부부 동반으로 함께 간 여행 내내 분위기는 상당히 화기애애했다. 이 사실을 전해들은 인사들은 ‘이들이 앞으로 친박 핵심 인사가 되겠구나’ 짐작했다고 한다.
그러나 곧바로 달아오른 대선 경선 레이스에서 박 의원은 상대 진영인 이명박 캠프의 수장(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경쟁관계가 됐고 맹 의원은 중립을 표방하며 관망하다가 이명박 정권에서 수석비서관과 장관을 지냈다.
그 김기춘 의원이 대통령 비서실장이 됐다. 세간에선 실세 비서실장의 파워가 큰 화제다. 정무를 총괄하고 검찰도 장악할 거란다. 홍경식 신임 민정수석은 김 실장이 데려온 것으로 기정사실화되어 있다.
김 실장의 등장만으로 ‘경남고’ ‘서울대 법대’ ‘검찰 인맥’ 출신들이 활개를 칠 것이라는 이야기도 공공연하다. 성균관대 출신인 허태열 비서실장 때도 ‘태평성대’(성균관대의 약진) ‘참여연대’(연세대의 선전), ‘학수고대’(전임 정부에 비해 고려대의 부진)라는 말이 나돌았었다. 그때는 비서실장을 제외하고도 청와대 수석 9명 중 3명이 성균관대 출신이었다.
여론은 권력의 추에 민감하다. 한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기자에게 “대통령과의 깊은 신뢰와는 별도로 그동안 김 실장도 대통령에게 정치적 조언을 한 적이 거의 없다”며 “7인회 역시 대통령 결정에 영향을 못 미치는 실체가 없는 것이고 정홍원 국무총리를 김 실장이 추천했다는 것 역시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진실과 무관하게 국민들 머릿속에 김 실장은 이미 최고 실세다.
김 실장은 검사로 시작해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이라는 최고직에 올랐고,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 3선 국회의원, 한국에너지재단이사장에 이어 대통령 비서실장까지 인생 5막에서 모두 권력의 최고봉에 올랐다. 김 실장은 2008년 18대 총선에서 낙천한 뒤 주변에 “나는 이제 여한이 없다. 권력은 원래 올 오어 너싱(All or Nothing·전부 얻거나 전부 잃는 허무한 것)이다”고 말했다고 한다.
동정민 정치부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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