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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청와대에선]“부처 이끌어 성과 내라” 김기춘 특명1호

입력 | 2013-08-09 03:00:00


깍듯한 신임 비서실장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청와대에서 김기춘 비서실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신임 비서실장 및 수석비서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환담에서 “청와대 비서실은 우리 몸의 중추기관과 같다”며 “거기에서 잘 조율이 되고 모든 것이 풀어져야 나라 전체도 조화롭게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김기춘 신임 대통령비서실장이 7일 첫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청와대 내부에 ‘특명’을 내렸다. ‘부처를 섬기되’라는 단서를 붙였지만, 방점은 “부처를 이끌어서 성과를 내라”는 데 찍혀 있었다. 청와대의 국정 장악력이 커질 것임을 예고하는 듯했다. 이 같은 기류는 8일 박근혜 대통령의 입을 통해 보다 확연해졌다.

○ 청와대는 중추기관


박 대통령은 이날 비서실장 및 수석비서관 임명장 수여식 후 환담에서 ‘새로운 변화와 도전’을 거듭 화두로 던지며 “청와대 비서실은 국정운영을 하는 데 있어서 우리 몸의 중추기관과 같다. 청와대 비서실이 모든 것을 풀어야 나라 전체도 조화롭게 갈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한 셈이다.

5일 청와대 개편 때만 해도 “개각은 없다”고 선을 그어 청와대가 인사 태풍의 중심인 것처럼 비쳤다. 그러나 실제로는 박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을 교체하는 대신 부처에 대한 청와대의 국정장악력을 높여 사실상 ‘개각’ 효과를 노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조용히 일하는 청와대가 1기의 기조였다면 어떻게든 성과를 내라는 게 2기에 부여된 임무라는 내부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개편에서 교수 출신의 최성재 전 고용복지수석 자리에 정통 관료 출신의 최원영 수석, 미국 비영리기관에서 근무했던 최순홍 전 미래전략수석 자리에 국책 연구원 출신의 윤창번 수석이 임명돼 관료 색채가 더 강해졌다. 비서실장과 민정수석의 연배도 1기 때보다 확 높아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에 교체된 수석의 공통점이 부처 장악력과 조정력이 부족했다는 것”이라며 “부처를 잘 아는 관료들을 수석으로 앉혀 부처와 소통하며 성과를 내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창조경제나 고용률 70%는 물론 외교 분야까지 마음이 급한 청와대와 느긋한 부처의 온도차가 크다”며 “취임 첫해 성과를 내려면 청와대의 그립(장악력)이 세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신임 수석들에게 “비서실이 항상 주목을 받는 곳이기 때문에 국민에게 봉사하고 소통하는 데 모든 힘을 기울이되 바깥에서 볼 때 권리를 남용하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책임 있는 처신을 당부했다.

○ 박 정무에게 “상식적 정치문화 정착시켜 달라”

“요즘 경기 좋다, 요즘 일자리 괜찮네, 뭔가 희망이 보인다, 벤처 이것 할 만하다는 분위기에 파도가 들썩들썩하면서 (국민들을) 살맛나게 하는 게 우리의 최고 목표다.”

박 대통령은 이날 환담 자리에서 신임 수석들에게 특별 임무를 내렸다.

윤창번 미래전략수석에겐 “아직도 창조경제가 손에 안 잡힌다는 이야기가 많이 있다”며 “확실히 (국민이) 체감하도록 해주고 창조경제뿐 아니라 미래전략을 위한 어젠다 발굴도 해 달라”고 요청했다.

최원영 고용복지수석에게는 “고용률 70%와 맞춤복지가 하루빨리 체감되도록 강력하게 추진력을 가지고 해 달라”며 “4대 중증질환 지원은 로드맵을 발표했는데 실천할 때 현장에서 이런저런 문제들이 생길 수 있으니 허점 없이 잘 추진해 달라”고 말했다. 또 동아일보 7일자 ‘고용률 70% 목표를 맞추기 위해 정부가 일자리를 부풀리고 있다’는 기사 내용을 언급하며 “70%를 맞추기 위해 아무것이나 무조건 만들어 낸다는 것이 아니라 질 있는 일자리로 갈 수 있도록 신경 써 달라”고 당부했다.

박준우 정무수석에게는 “우리보다 앞선 정치문화나 선진문화를 많이 접했으니 상식적인 정치문화가 우리 사회에 정착될 수 있도록 챙겨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외교관 출신 정무수석에 대한 시중의 우려를 염두에 둔 듯 “(박 수석이) 정무적인 감각이나 협상에 대해 인정을 많이 받았다. 국회나 정치나 사람 일은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고 힘을 실어줬다.

또 최근 감사원 감사 결과를 인용하며 “관세청하고 거기(국세청)에서 정보만 공유했다면 몇백억 원의 세수가 생길 수 있었는데도 그냥 날아가 버렸다는데 이건 정말 심각한 문제”라며 소통과 개방에 역점을 둔 정부 3.0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보이지 않는 것만큼 크게 보이는 게 없고 들리지 않는 것만큼 크게 들리는 게 없다는 동양의 격언이 있다”며 “우리가 그런 마음자세로 일하면 국민에게 계속 홍보를 안 해도 시간이 지나면 다 알게 된다”고 당부했다.

한편 비서관 인사는 수석이 강력히 요청하는 경우에 한해 1, 2명 정도에 그칠 것으로 전해졌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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