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수애(33)가 또 엄마로 나온다.
상반기 방영된 SBS드라마 '야왕'에서는 딸을 죽음으로 내모는 패륜의 모정. 하지만 이번에는 14일 개봉하는 영화 '감기'에서 재난 앞에 몸을 던져 딸을 구하는 억척스러운 엄마다. 수애의 딸은 '야왕'의 아역배우 박민하가 맡았다.
영화는 감염되면 불과 몇 시간 만에 죽는 치명적인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소재다. 이에 맞선 감염내과 전문의 인해(수애)와 딸, 그리고 모녀를 돕는 구조대원 지구(장혁)의 활약을 그린다.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수애는 CD 한 장 크기의 작은 얼굴에 특유의 온화한 미소를 띠고 앉아있었다. "모성애를 잘 그려냈다는 칭찬을 듣고 싶어요. 저는 극중 캐릭터처럼 강한 엄마를 꿈꿔왔어요. 외유내강, 심지가 굳은 여성이 멋있는 것 같아요."
딸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자 엄마는 항체를 구하기 위해 뛰고 또 뛴다. "제가 초등학교 때 육상선수였어요. 달리기는 잘해요. 밤샘 촬영이 많았는데, 촬영 마치고 새벽에 편의점 앞 파라솔 아래서 먹던 맥주가 어찌나 맛있던지."
영화는 '비트'(1997년) '태양은 없다'(1998년)로 알려진 김성수 감독이 '영어 완전 정복'(2003년) 이후 10년 만에 내놓은 작품이다. "한 영화제에서 김 감독님을 만났는데, '수애 씨는 가짜를 해도 진짜처럼 보인다'는 칭찬으로 영화 출연을 제안하셨어요. 안 할 수가 없었겠지요."
영화 배경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 분당에 바이러스가 퍼지자 당국은 지역을 봉쇄한다. 실제로는 경기 파주시에서 찍었지만, 컴퓨터그래픽을 통해 수서~분당 고속화도로 등 시내가 세밀하게 묘사된다. "분당 시민들이 잘 이해해 주실 것 같아요. 영화적인 설정이니까요. 와! 분당 시민 다 보러 오시면 영화 대박 나겠다."
여배우로서는 보기 드문 낮고 중성적인 음색. 그는 연기에서나 인터뷰에서나 감정을 뚝뚝 내뱉지 않고 쑤욱쑤욱 안으로 삼키며 말했다. "내면 연기를 해야겠다는 성향이 있는 것 같아요. 외향적이지 못한 성격 탓도 있고요. 연기에 실제 수애가 묻어나는 것 같네요."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