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혁민. 스포츠동아DB
“좀 더 자신감 있게 던져야하는데…. 본인도 많이 느끼겠지.”
한화 김성한 수석코치는 9일 대구 삼성전에 앞서 팀 마운드의 기둥인 김혁민(26)의 피홈런 얘기가 나오자 안타까워했다. 김혁민은 올 시즌 최다 피홈런 투수의 불명예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그것도 압도적인 단독 1위다.
김혁민은 8일 대구 삼성전에 선발등판해 2.1이닝 동안 7안타 6실점으로 시즌 10패(5승)를 기록하게 됐다. 4사구가 6개(3볼넷, 3사구)일 정도로 컨트롤 자체가 좋지 못했다. 무엇보다 이날 ‘홈런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점이 더욱 뼈아팠다.
김혁민은 이날 홈런 2방을 허용하면서 올 시즌 무려 23개의 피홈런을 기록하게 됐다. 최근 4경기 내리 홈런을 맞았고, 최근 2경기에서는 ‘멀티 피홈런’을 기록했다. 올 시즌 유난히 무더기 홈런을 내주는 경기가 많다. 3개 이상의 홈런을 허용한 것이 3경기나 되며, 6월 7일 문학 SK전에서는 무려 4개의 피홈런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렇다보니 올 시즌 피홈런 부문 2위인 삼성 장원삼과 SK 윤희상(이상 13개)에 비해서도 거의 2배 가까운 수치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2007년 프로에 데뷔한 김혁민은 2009년 24개의 홈런을 허용한 것이 자신의 시즌 최다 피홈런 기록인데, 벌써 1개 차이로 다가섰다. 그렇다고 김혁민이 항상 홈런을 많이 맞는 투수는 아니었다. 2009년과 2011년(18피홈런)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한 자릿수에 불과했다. 지난해엔 32경기에 등판해 146.1이닝을 던져 피홈런은 9개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올 시즌 왜 이 같이 피홈런이 부쩍 많아진 것일까. 김성한 수석코치는 “구위도 구위지만 최근 컨트롤이 좋지 않다”면서 “볼과 스트라이크의 차이가 많다. 힘이 있는 공은 볼이 되고, 스트라이크를 잡으려는 공은 힘이 떨어지면서 가운데로 몰리니 피홈런이 많아지고 있다. 최근 몇 경기에서는 자신감이 좀 떨어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본인이 홈런을 맞아가면서 느끼는 점이 있을 것이다. 맞으면서 크는 것 아니겠느냐”며 ‘미래의 에이스’에 대한 안타까움과 기대감을 에둘러 표현했다.
김혁민은 류현진(LA 다저스)이 미국 무대로 떠나면서 한화의 에이스 자리를 물려받을 후보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올 시즌 ‘홈런 공장장’이 되면서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한편 역대 시즌 최다 피홈런 기록은 2009년 한화 안영명(현재 공익근무 중으로 올해 12월 제대 예정)이 기록한 34개다. 한화는 9일까지 85경기를 치러 시즌 전체 경기수(128경기)의 66.4%를 소화했다. 3분의 1가량 남아있는 상황이라 김혁민이 안영명의 피홈런 기록을 넘어설 수도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이는 산술적인 수치. 한화는 김혁민이 남은 시즌 홈런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팀의 미래를 밝혀줄 에이스로 발돋움해 주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