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전문가, 趙수석 논리 반박 “의료-교육비 세액공제 전환도 잘못”
조원동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이 9일 세법 개정으로 근로자의 세 부담만 집중적으로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취지로 말한 것을 두고 ‘구태의연한 해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민 정서는 고려하지 않고 관료들이 세금 문제와 관련해 곤란한 상황에 직면할 때마다 주장해온 논리를 반복했다는 것이다.
조 수석은 증세 논란과 관련해 “증세라는 건 새로운 세목을 신설하거나 세율을 인상하는 것인 만큼 이번 세제개편은 증세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그동안 비과세 감면 혜택을 줬던 항목을 줄이거나 없애는 방식인 만큼 ‘지원 축소’이지 세금을 늘리는 게 아니라는 의미다.
하지만 재정 전문가들은 이는 정치적 논리일 뿐 국민이 세금을 더 내게 된다는 점에서 증세라고 보고 있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는 “어떤 이유를 붙이든 납세자가 내는 돈이 많아지면 증세”라며 “이는 세무학자라면 인정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의사 변호사 등 고소득자 영업자의 세금 탈루도 여전하다. 현금 거래나 차명계좌 입금으로 매출을 누락하거나 비용을 부풀려 소득을 적게 신고하는 방식으로 세금을 탈루하는 사례가 많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자영업자들은 소득도 잘 드러나지 않는 데다 경조사나 회식비 등을 경비로 인정받아 세금 감면 혜택을 많이 받는다”며 “근로자들은 상대적 박탈감 때문에 이번 세법 개정안을 더 민감하게 받아들인다”고 분석했다.
기획재정부는 논란이 커지자 보도 참고자료를 내고 “전체 근로자의 72%는 세 부담이 감소하고 7000만 원 근로자라도 월 1만∼2만 원 수준, 최대 연 16만 원 늘어나는 데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조 수석이 브리핑에서 “우리 사회에서 이 정도는 성숙하게 분담을 하는 측면에서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한 것과 같은 뉘앙스다.
재정 전문가들은 이처럼 감정적으로 호소하기에 앞서 정부가 세제개편의 원칙을 지켰는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료비나 교육비는 생활에 드는 불가피한 비용이라는 점을 감안해 봉급생활자의 실제 소득을 추산하기 위해 이 항목들을 소득에서 공제했던 것이다. 이런 취지를 배제한 채 의료비 등을 모두 세액공제 방식으로 바꾼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것이다.
세종=홍수용·박재명 기자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