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동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은 내년도 세제 개편안과 관련해 어제 청와대에서 브리핑을 갖고 “언론 보도가 굉장히 단편적으로 얘기되어 있어 쉽게 전달하려고 나서게 됐다”며 1시간가량 설명했다. 여당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걱정해서인지 다른 목소리가 나왔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성실히 세금을 납부해온 샐러리맨들이 지나치게 세금을 부담하게 되면 반드시 시정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기현 새누리당 정책위의장도 “전체적으로 방향은 맞지만 중산층 세 부담이 늘어나는 문제는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조세연구원이 내년 세제 개편안에 대해 공청회를 연 것이 지난달 23일이다. 기획재정부는 발표에 앞서 당정청 협의를 했다. 그런데도 새누리당이 이의를 제기한 것을 보면 사전 조율이 얼마나 이뤄졌는지 의문이다.
세제 개편안은 5일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기자들에게 설명했고 엠바고(보도 유예)를 거쳐 어제 조간신문부터 보도했다. 언론들은 봉급생활자 가운데 연봉 3450만 원 이상이면 세금이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선거 때 내세운 복지공약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봉급생활자 쥐어짜기’라는 말도 나왔다. 정부가 봉급생활자들의 불만을 예견하지 못했다면 정책 감각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박 대통령의 복지공약에 소요되는 돈은 집권 5년 동안 135조 원이다. 기재부는 이번 세제 개편으로 연간 2조4900억 원의 세수(稅收)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도 복지 재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청와대와 정부는 복지공약 구조조정과 공공 부문의 지출 축소부터 하고 국민에게 고통 분담을 호소하는 것이 순리다. 세제 개편안은 국회에서 통과돼야 최종 확정된다. 앞으로 조율 기회가 남아있으니 봉급생활자들에게 지나친 부담을 지우지 않도록 손질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