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육 강화는 절실한 과제다. 청소년들의 역사에 대한 무지가 심각한 수준이다. 올해 안전행정부 조사에서 청소년의 52.7%가 6·25전쟁이 일어난 해를 제대로 적어내지 못했다. 독립운동가인 안창호와 안중근 의사를 구별하지 못하는 학생도 부지기수다. 그러나 역사교육 강화 방안을 교육현장의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속전속결로 결정해서도 안 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7월 10일 언론사 논설실장과의 오찬 자리에서 개인 의견을 전제로 “역사처럼 중요한 과목은 평가 기준에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능으로 딱 들어가면 깨끗하게 끝나는 일이지만 논의를 해서 평가 기준에 들어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후 7월 30일 당정청 협의가 있었고, 이달 8일에는 공청회가 열렸다. 공청회 참가자의 다수는 필수화에 찬성했다. 당정은 12일 최종적으로 협의를 가질 예정이지만 필수화로 이미 결정됐다는 말이 나온다. 이대로 확정되면 불과 한 달 만에 필수화 작업이 마무리되는 셈이다.
국사의 대학수학능력시험 필수화는 논란을 빚고 있다. 시험 부담이 늘어나게 되고 다른 사회 과목들과 형평성 문제가 거론된다. 필수 지정을 통한 역사교육의 효과에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충분한 여론 수렴을 거쳐야 하지, 결론을 미리 내려놓고 밀어붙이는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정부가 서두르는 이유는 이달 말 발표하는 대학입시 간소화 방안에 2017학년도부터 한국사를 수능에서 필수화하겠다는 결정을 포함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대입제도를 바꾸려면 3년 전에 공지하도록 되어 있다. 광복절에 맞춰 뭔가를 내놓으려는 실적주의도 작용하고 있다. 역사교육은 강화해야 하지만 과속(過速)은 경계해야 한다. 실질적으로 청소년의 역사인식과 지식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시간을 두고 면밀히 따져봐야 후유증은 줄이고 효과는 높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