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점령지 주민)의 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하라. 그러면 그들은 우리들을 공감하고 그들의 운명이 우리와 연결돼 있다고 느낄 것이다."
"여러분은 친절해야 한다. 기도하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술을 마셨다는 이유로 때려서는 안 된다. 가능한 이슬람주의적인 처벌을 강요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최근 미국의 중동 아프리카 지역 공관의 일제 폐쇄를 가져올 정도로 서방세계를 테러 공포에 빠뜨렸던 예멘에 근거지를 둔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AQAP) 수장인 나세르 알우하이쉬가 '지하드'(이슬람 성전) 성공을 위한 민심 확보전략을 담은 편지가 발견됐다. 지하드에 대한 청사진이 공개된 셈이다.
이 편지는 지난해 북아프리카의 알카에다 마그레부 지부(AQIM) 지도자 압델말렉 드루크델에게 보낸 것이라고 AP통신이 10일 보도했다. 지난해 5, 8월 보내진 두 통의 편지는 올해 1월까지 AQIM 사령부로 사용됐던 말리의 팀북투 건물에서 발견됐다.
알카에다가 무력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주민들의 '가슴에 호소하는 통치방법'을 통해 민심을 장악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게 이 편지를 살펴 본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국 프린스턴대의 그레고리 존슨 교수는 "서방세계 사람들은 알카에다를 단지 테러조직만으로 보지만, 알카에다는 훨씬 방대하고 더 많은 일을 한다"고 말했다. 존슨 교수는 특히 "예멘의 AQAP그룹은 스스로를 정부가 될 수 있는 조직으로 여기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AQAP는 2012년까지 예멘 남부지역을 장악했다가 미군의 지원을 받은 정부군에 밀려 퇴각했다. 예멘 태생의 30대인 알우하이쉬는 과거 수년간 오사마 빈 라덴의 개인비서를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8일 "이번 테러계획의 주동자는 알자와히리가 아니라 AQAP의 수장 알우하이쉬"라고 보도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