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량 예년 6%… 산간지역 제한 급수
황량한 백록담 제주지역에 마른 장마에 이어 가뭄이 지속되면서 한라산 정상인 백록담 분화구가 10일 바닥을 드러냈다. 등산객들은 아쉬워하면서도 구름이 걷힌 백록담 전경을 보는 데 만족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한라산국립공원의 협조를 얻어 일반인 통제구역인 분화구로 내려갔다. 북쪽 방면에서 내부로 들어가는 곳에는 보랏빛 백리향, 하얀 구름떡쑥, 노란 제주양지꽃 등이 여기저기 피어났다. 주요 식생인 김의털이 무성해 가뭄이 찾아왔다는 느낌이 없었으나 바닥은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물기는 남아있으나 손가락이 들어갈 정도로 갈라져 거북등 모양을 했다. 흙먼지가 날리기도 했으며 분화구 터줏대감인 북방산개구리는 자취를 감췄다. 분화구에서 자주 보이는 야생 노루 떼는 물이 사라진 탓인지 다른 곳으로 피신한 듯했다.
백록담 분화구는 장마철마다 물이 가득 찬 장관을 연출했으나 올해는 벌거벗은 모습으로 변했다. 제주지역 강수량이 지난달 16.8mm로 평년 274.9mm의 6%가량에 불과할 정도로 사실상 비가 거의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가 내리지 않으면서 등산로 샘물의 양도 급격히 줄거나 끊겼다. 수량이 많아 콸콸 흐르던 관음사 코스의 용진샘은 끊어졌다 이어졌다를 반복하고 있으며 어리목 코스의 사제비샘은 말라버렸다. 물이 부족하자 한라산국립공원 관음사 야영장 이용이 금지됐으며 야영장 주변 화장실 사용도 어려운 실정이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