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업계는 “정부 시책에 맞춰 열심히 정책상품을 취급했는데, 당국이 태도를 바꾸고 있다”며 억울해하고 있다. 출시 3년을 맞이한 햇살론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 저축은행 햇살론, 1년 새 340% 급증
2010년 7월 선보인 햇살론은 미소금융, 새희망홀씨와 함께 이명박 정부가 내놓은 ‘3대 서민금융상품’ 중 하나다. 신용등급 6등급 이하 또는 연소득 2600만 원 이하인 근로자·자영업자·농어민 등을 대상으로 연 8∼11% 금리에 대출을 해 주는 상품이다. 농·수협(상호금융) 신협 새마을금고 저축은행 등이 출연금 1조 원을 내고 참여 중이다.
부진에 빠진 햇살론을 되살린 건 아이러니하게도 ‘저축은행 사태’였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집중하던 저축은행들이 잇따라 문을 닫으면서 살아남은 저축은행들은 햇살론에서 돌파구를 찾기 시작했다. 출시 후 지난해 7월까지 1868억 원에 불과했던 저축은행 햇살론 실적은 올 6월 기준 8249억 원으로 341.6% 증가했다.
○ “도덕적 해이” vs “정부시책 따랐을 뿐”
금융위는 최근 저축은행 관계자들을 불러 “출연금에 비해 햇살론 대출이 많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급기야 보증을 관리하는 신용보증재단중앙회는 업계에 햇살론 대출을 자제하라고 권고까지 했다. 보증재단중앙회 관계자는 “농·수협 등 출연금을 많이 낸 타 업권의 반발이 심하다”고 말했다. 대출을 줄이거나 보증재원을 더 내거나 하라는 것이다. 저축은행은 당초 전체 출연금의 20%인 2000억 원을 부담할 계획이었지만 잇따른 구조조정으로 실제로는 절반만 냈다.
저축은행 업계는 억울해하고 있다. 저축은행들로서는 햇살론이 그나마 팔리는 상품인데, 이것조차 취급 못 하면 문을 닫아야 한다는 것이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타 업권에서 햇살론을 소홀히 다룬 것이지 우리가 많이 취급한 게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저축은행은 최근 9등급 이하 초(超)저신용자 대출을 일부 거절하며 속도조절에 나섰다.
금융당국과 저축은행의 엇박자 행보 때문에 대출 수요자인 서민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