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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성노예 국제법정 증언’ 위안부 할머니, 恨 못풀고…

입력 | 2013-08-12 03:00:00

이용녀 할머니 광복절 나흘 앞두고 별세… 작년 소녀상 말뚝 테러 일본인 고소도




2000년 12월 일본 도쿄(東京) 구단회관. 위안부 피해자 이용녀 할머니(당시 74세)가 ‘일본군 성 노예 전범 국제법정’의 증언석에 올랐다. 일본군의 위안부 만행을 단죄하기 위해 중국 대만 등 8개 아시아 피해국과 가해자 일본 등 9개국 비정부기구(NGO)가 공동 개최한 최초의 국제 시민 법정이었다.

이 할머니는 “일본의 위안부 강제 동원이 국제법상 전쟁 범죄이자 비인간적인 범죄였다”고 증언했다. 피해국은 5일간 열린 법정에서 승소했지만 일본은 민간 법정이라 이를 따를 필요가 없다는 이유로 현재까지 재판 결과를 무시하고 있다.

그렇게 13년이 흘렀다. 제68주년 광복절을 나흘 앞둔 8월 11일 오전 2시 반경, 이 할머니는 일본의 공식 사과를 받지 못한 채 경기 포천시 신읍동 포천의료원에서 노환으로 숨을 거뒀다. 향년 87세. 이 할머니가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머물렀던 위안부 할머니들의 쉼터 경기 광주시 ‘나눔의 집’은 이날 이 같은 사실을 전했다.

이 할머니는 1926년 경기 여주에서 태어나 16세 때 ‘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일본군의 말에 따라 나섰다가 싱가포르와 미얀마 양곤에서 일본군 성 노예로 고초를 겪다 광복 이듬해인 1946년 귀국했다.

국내에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척추관 협착증에 시달리면서도 1995년부터 일본군의 만행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데 앞장섰다. 지난해에는 다른 위안부 피해 할머니 9명과 함께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에 말뚝을 세운 일본인 스즈키 노부유키(鈴木信行)를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하기도 했다.

이 할머니의 별세로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34명 중 생존자는 57명(해외 거주 6명)으로 줄었다. 발인은 13일 오전 9시. 유해와 위패는 나눔의 집 추모공원에 안장된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