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이 여름 비수기에도 꺾이지 않고 지난주까지 51주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서울 강북의 84m² 아파트는 전세금이 지난해 8월 2억9000만 원에서 현재 4억 원으로 1년 사이에 1억 원 이상 껑충 뛰었다. 광주광역시와 강원도에서는 전세금이 매매가보다 비싼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 ‘미친 전셋값’이라는 말이 유행할 만하다. 그런데도 전세를 구하지 못해 중개업소에는 20∼30명이 선금을 내고 기다리고 있다.
전세난이 점점 심해지는 것은 금리가 워낙 떨어져 집주인들이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요즘 월세는 전세금의 연 5% 안팎에서 형성돼 예금 금리의 2배나 된다. 집주인들이 너도나도 월세를 늘리는 바람에 월세는 늘어나고 전세는 모자란다. 집값 상승을 기대할 수 없다 보니 집을 살 수 있는 사람들이 사지 않고 전세로 눌러앉는 경우도 허다하다.
정부의 헛발질도 최근 3년간 계속된 전세난을 부추겼다. 정부는 세입자들의 어려움을 덜어준다면서 전세자금 대출을 늘리고, 집주인이 세입자 대신 주택담보대출을 받고 이자는 세입자가 내는 ‘목돈 안 드는 전세’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전세금 대출이 늘어나면서 되레 집을 살 수 있는 사람도 집을 안 사는 경우가 늘어났다. 전세난 시대에 집주인이 구태여 세입자를 위해 직접 대출을 받겠느냐는 의문도 생긴다.
전세 급감과 월세 급증을 막아 전세-월세 전환을 연착륙시키려면 공공주택정책의 방향 전환도 필요하다. 월세 위주인 공공임대주택의 전세 비중을 늘리고, 빈곤층뿐 아니라 일반 서민까지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임대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전세를 놓는 집주인에게는 소득공제 혜택을 주고 월세 수입에 대해서는 제대로 세금을 매겨야 한다. 가을 이사철이 되면 전세난이 더 심해질 것이다. “전셋값 상승은 일부 지역 현상”이라고 생각해서는 문제를 풀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