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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ICBM 전용 가능 로켓 27일 쏜다

입력 | 2013-08-12 03:00:00

고체연료 신형로켓 7년만에 발사… 中견제 등 군사전략적 배경 관심




일본 역대 로켓의 모형. 오른쪽 끝의 작은 로켓이 27일 발사되는 ‘엡실론’이다. 엡실론은 군사적 목적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전용이 가능해 일본의 군사대국화 행보와 맞물려 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동아일보DB

일본이 7년 만에 고체연료를 쓰는 자국산 신형 로켓을 27일 우주로 쏘아 올린다. 고체연료 로켓은 언제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전용할 수 있어 중국 견제 등 군사전략적 의미가 적지 않다.

1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27일 가고시마(鹿兒島) 현의 우주공간관측소에서 일본산 신형로켓 ‘엡실론’을 발사한다.

엡실론은 길이 24.4m, 지름 2.6m, 무게 91t의 3단 고체연료 로켓으로 1.2t짜리 소형 위성을 지구를 도는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다. JAXA와 일본 기업 IHI 에어로스페이스가 205억 엔(약 2358억 원)을 들여 공동 개발했다.

일본은 1960년대 후반 연속 4차례나 로켓 발사에 실패했다. 하지만 중국의 핵실험에 놀란 미국의 지원으로 1975년 옛 모델인 N-1을 우주로 쏘아 올릴 수 있었다. 1990년대 들어서는 값싼 외국산 부품을 배제하고 당시 세계 평균 로켓 제작비의 2배인 190억 엔을 쏟아 부어 우주기술 자립을 이뤘다. 그 결실이 H-2 시리즈다.

일본 정부는 우주산업을 육성한다는 명분으로 2007년 인공위성 발사 업무를 미쓰비시중공업에 넘겨 민영화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한국의 아리랑 3호를 수주해 H-2A에 얹어 쏘아 올렸다.

일본 정부가 신형 로켓 ‘엡실론’ 개발에 나선 것도 2007년부터였다. 더 싼 가격에 해외 위성 발사를 수주하겠다는 것이었다. 일본의 이전 고체연료 로켓인 M5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자랑했지만 발사 비용이 75억 엔으로 너무 비쌌다. 결국 실용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첫 발사로부터 9년 만인 2006년 사업이 중단됐다.

JAXA는 엡실론을 개발하면서 철저한 비용 절감에 나섰다. 점검과 관제 업무를 컴퓨터로 대체했다. M5 발사 때 100명이 42일간 했던 발사 준비(발사대 장착부터 발사까지) 작업을 두 명이 7일 만에 끝내게 했다. 총 발사 비용은 M5의 절반 수준인 30억 엔대로 떨어졌다. 로켓 1단은 신규 개발하지 않고 기존 로켓 부품을 전용했다.

문제는 언제든 군사용으로 전용 가능한 우주기술의 양면성이다. 일본이 이번에 쏘아 올리는 고체연료 로켓은 특수차량에 실어 이동할 수 있고 짧은 시간에 발사할 수 있어 주로 ICBM으로 쓰인다. 일본 우주개발 전문가인 김경민 한양대 교수는 “엡실론 정도 크기의 고체연료 로켓은 언제든 무기로 전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금까지 일본의 주력이던 H-2 시리즈는 액체연료 로켓으로 연료를 주입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단점 때문에 군사적 전용 가능성이 낮았다.

일본의 우경화 행보도 엡실론 발사 배경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일본은 2008년 우주기본법을 만들어 자위대가 정찰위성을 방위 목적으로 운용할 수 있게 바꿨다. 특히 지난해에는 JAXA 설치법에서 우주개발을 평화 목적으로 한정하는 조항을 삭제해 우주 공간의 군사적 이용을 가능하게 했다. 산업용뿐만 아니라 군사용까지 감안한 전천후 우주전략 구축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