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우선기자 imsun@donga.com
미래부가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와 같은 인재를 키워내겠다며 선보인 정책의 핵심은 어린이들이 ‘쉽고 재미있게’ 소프트웨어를 배울 수 있도록 온라인 강좌를 운영하겠다는 것이었다. 강좌를 들여다보기 위해 자료에 적힌 대로 ‘개방형 SW교육센터(olc.oss.kr)’를 방문해봤다. 이 사이트의 ‘소프트웨어 언어교육’ 코너에 ‘스크래치’와 ‘파이선’이라는 언어에 대한 설명이 동영상 형태로 올라와 있었다.
동영상의 개수는 10여 개. 개수가 적은 것도 그렇지만 더 큰 문제는 ‘쉽지도, 재미있지도’ 않다는 점이었다. 스크래치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가 개발한 어린이를 위한 개발용 소프트웨어로, 일반 소프트웨어에 비해 다루기 쉽지만 영어를 기반으로 한 것이라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미래부가 올려놓은 동영상은 어린이들의 눈높이와 맞지 않았다. 딱딱한 자세의 한 남자가 일방적으로 프로그램 다루는 법을 강의하는 모습은 대학입시용 ‘인강(인터넷 강의)’을 방불케 했다. 강의 중간에 ‘스크래치는 미국에서 만든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영어로 입력해야 더 잘 인식한다’는 설명까지 나왔다.
미래부 관계자는 “아직은 시작 단계라 미흡한 부분이 있다”며 “앞으로 더 좋은 방안을 내놓겠다”고 말했지만 오히려 아이들이 ‘소프트웨어는 어렵고 재미없는 것’이란 인식을 갖게 되진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미래부가 진정으로 소프트웨어 강국을 꿈꾸고 어린 인재를 발굴하고자 한다면 훨씬 더 고민하고 성의를 보여야 할 것 같다. 스티브 잡스는 그렇게 쉽게 탄생하지 않는다.
임우선기자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