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개편안 재검토]朴대통령 서민-중산층 다독이기
“서민 위한 정책방향에 어긋나”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회의에서 “서민경제가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인데 서민과 중산층의 가벼운 지갑을 다시 얇게 하는 것은 정부가 추진하는 서민을 위한 경제정책 방향과 어긋난다”고 말했다. 청와대사진취재단
○ “방향은 맞지만 세부 내용 동의 못해”
박 대통령은 12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번 세제 개편의 방향은 맞는데 서민과 중산층에 부담이 가도록 한 내용은 잘못됐다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던졌다.
박 대통령이 정부의 발표에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은 크게 세 가지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특히 세제 개편안 발표 이후 언론 보도를 꼼꼼히 살펴본 것으로 전해졌다. 세제 개편의 방향은 맞으나 발표 타이밍이나 내용에 있어서 문제가 있다는 언론의 지적에 상당 부분 공감했다고 한다. 대선 때부터 구상해 온 세제 개편의 방향 자체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도 조기 진화 결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국정원 댓글 문제는 전 정권의 문제지만 세제 개편은 우리의 문제이고 민생과 직결되는 사안이라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대통령, 발표 전 구체 내용 보고 못 받아
‘만기친람 리더십’인 박 대통령이 8일 기재부의 발표 이전에 내용을 사전에 보고받지 못했느냐는 의문이 생긴다. 사전에 내용을 보고받았다면 이런 중산층의 저항을 예상하지 못한 대통령에게도 책임 소지가 생길 수 있다.
8일 발표 이전에 청와대 홍보나 정무 라인도 발표 내용을 거의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국정홍보비서관실이 사전에 발표한다는 사실을 보고받고 기재부에 “세금 문제는 민감한 만큼 국민들의 오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는 충고를 한 정도였다.
그렇게 모두가 무신경한 상황에서 8일 기재부의 발표가 진행됐고 다음 날(9일) 오전 거의 모든 언론으로부터 집중 포화를 맞자 청와대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9일 오전 청와대 홍보회의에서 청와대와 정부가 모두 나서 적극 홍보하기로 방향을 잡았고 조원동 경제수석을 춘추관으로 보내 해명했다. 하지만 중산층 세 부담을 거위 깃털에 비유한 조 수석의 해명으로 오히려 청와대가 갈등의 중심에 서게 됐고 논란은 더욱 커졌다.
○ 긴박했던 주말
9일 오후부터 청와대 내부에서는 “사태가 심각하며 조기에 진화해야 한다”는 기류가 생겼다. 9일에 이어 10일 조간신문에서 ‘중산층 짜내기’라고 일제히 비판하자 긴장감이 극대화되면서 주말 내내 긴박하게 움직였다. 청와대는 10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 상황을 챙겼고, 언론계와 경제계 등 오피니언리더들과 접촉하며 세제 개편안에 대한 여론을 수집했다. 기재부도 비상체제에 돌입하며 세제 개편안 수정을 전제로 한 실무검토를 진행했다.
동정민 기자·세종=유재동 기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