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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세 대상 절반이상 줄듯… 고소득 탈세 척결로 세수 확대

입력 | 2013-08-13 03:00:00

[세제개편안 재검토]당정 “기준선 5500만원으로 상향”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올해 세법개정안에 대한 재검토를 지시함에 따라 정부가 마련할 수정안의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이르면 13일까지 구체적인 보완책을 마련하고 새누리당과 곧바로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날까지 당정의 움직임을 종합하면 수정안의 핵심 내용은 기존 ‘연봉 3450만 원’으로 설정돼 있는 증세의 기준점을 ‘5500만 원 안팎’으로 높이는 방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정안으로 심리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는 연봉 3000만∼4000만 원대 근로 중산층의 여론을 달래는 게 개정안 수정의 주된 목적이기 때문이다.

○ 증세 대상 근로자 절반 이상 줄 듯

지난주 정부가 내놓은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연소득 3450만∼7000만 원의 근로자들은 이번 법 개정으로 연 16만 원의 세금을 추가로 내야 한다. 이 같은 정부 발표에 대해 이 구간의 ‘하층’에 해당되는 연봉 4000만 원 안팎의 납세자들은 “무늬만 중산층인 서민들의 유리지갑만 털어간다”며 반발해 왔다.

이에 따라 기획재정부 세제실은 증세 기준점을 5500만 원 선으로 상향조정하는 것을 전제로 세부담이 올라가는 근로자 수와 세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시작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세 부담 기준이 3450만 원에서 5500만 원으로 조정되면 세 부담이 높아지는 근로소득자는 기존 434만 명(상위 28%)에서 약 210만 명(13%)으로 절반 이상 줄어든다. 만약 일각의 주장대로 6000만 원까지 높이면 증세 대상자는 약 170만 명(11%)으로 더 크게 감소한다. 다만 그에 따라 세수 차질도 불가피해 5500만 원으로 기준점을 올렸을 경우 기존 세법개정안에 비해 세수가 3000억 원 이상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기준점을 올리기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는 근로소득공제의 공제율 조정, 특별공제 세액공제율의 상향 등이 검토되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연소득 1500만∼4500만 원 근로자의 근로소득 공제율은 15%인데 이를 더 높여서 해당 구간 근로자의 과세 대상 금액(과세표준)을 줄여주겠다는 것이다. 또 5%의 공제율을 적용받는 4500만∼1억 원 구간도 세분화해 5500만 원 안팎의 근로자에게는 더 혜택을 주는 대신 연봉이 1억 원에 근접하는 근로자의 공제율은 낮춰 부족세수를 마련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이번에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전환된 의료비 교육비 기부금 등 특별공제의 공제율은 15%에서 더 높이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다. 하지만 특별공제율을 일률적으로 높이면 세수 부족분이 지나치게 커진다는 단점이 있어 소득구간별로 공제율을 차등화하는 방법도 검토 중이다.

○ “부족 세수는 고소득자 탈세 척결로 해결”

문제는 중산층의 세 부담을 완화해줬을 때 줄어드는 세수를 어떻게 채울지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12일 오후 브리핑에서 “소득세 과표구간 조정 등은 생각하지 않고 있으며 고소득자 탈루 등 세정(稅政)을 강화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민주당 등 야권에서 주장하는 고소득자 소득세율 인상과 같은 직접적인 증세보다는 지하경제 양성화, 탈세 척결 등 현재의 정책기조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법인세는 세계적인 인하 경쟁 속에서 홀로 인상을 추진했다가 부작용만 키울 수 있어 건드리기 힘들고, 고소득자에 대한 비과세·감면을 추가로 발굴해 없애는 것도 정부는 “이미 기존 개정안으로도 할 만큼 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연봉 3억 원 초과 근로자의 연 소득세 부담은 이번 세법 개정으로만 865만 원이 늘어난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이날 당정 협의에서 “부족한 세수 확보는 경기 활성화로 메워야 한다”고 말한 것도 세수를 메울 만한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결과라는 해석이 많다.

다만 정부가 마련하고 있는 수정안은 주로 소득세제 분야에만 한정될 뿐, 전면적인 법안 수정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 대통령도 이날 “이번 개편안이 우리 세제의 비정상적인 부분을 정상화하려고 했다”며 전체적인 방향에 대해서는 공감 의사를 표현했다.

세종=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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