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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실어주자마자 대형 사고… ‘위기의 남자’ 현오석-조원동

입력 | 2013-08-13 03:00:00

■ 세제개편안 재검토… 고개 드는 경제팀 투톱 책임론




머리 맞댄 새누리 정부가 세제개편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1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이 최경환 원내대표(왼쪽 앉은 사람)를 둘러싸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대통령이 힘을 실어주려고 하는데 왜 자기들이 스스로 그 신뢰를 걷어차나.”

한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12일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조원동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이 이끄는 ‘경제팀’에 대해 실망감을 나타냈다.

박근혜 대통령이 기재부의 세제개편안 발표 나흘 만에 원점 재검토를 지시한 것은 사실상 정책 발표의 실패를 자인한 것과 다름없다. 이 발표를 주도한 경제팀의 책임론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 부총리가 서둘러 사과를 했지만 정부 출범 이후 경제팀의 최대 위기라는 의견이 대세이다. 현 부총리는 이날 당정협의에서 “정무적 판단이 부족해서 이렇게 (논란이) 돼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당 관계자는 전했다. 하지만 원안이 고소득층에게 세 부담을 집중시키고 저소득층 부담은 대폭 줄여주는 최선의 방안이었다고 항변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 “힘 실어줬더니 대형사고 쳤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취득세 인하 논란과 관련한 부처 조율 실패, 경제팀의 안일한 경제인식에 대한 언론과 여권 내의 질타 등 현 부총리의 리더십이 흔들렸을 때 ‘하반기 경제활성화의 컨트롤타워를 맡아 달라’며 힘을 실어줬다. 조 수석도 청와대 2기 개편 때 유임시켰다. 이때 청와대 핵심 내부 시각은 “박 대통령이 하반기 경제 살리기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어야 하기 때문에 한번 믿고 맡겨보자는 것이었고 성과가 나지 않으면 이후 거취는 장담할 수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힘을 실어주자마자 경제팀이 선보인 ‘첫 작품’이 ‘대형사고’로 이어지면서 하반기 경제드라이브를 거는 데 오히려 짐이 돼 버렸다.

이번 사태에 대해 청와대 내부에서는 “두 사람이 미시적인 부분만 좇다가 전체 그림을 놓치면서 국민 정서를 읽지 못했다”는 비판적 분위기가 강하다. 비정상적인 조세체제의 정상화 의지가 강한 대통령에게만 코드를 맞추려다가 오히려 국민과 멀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연봉 3450만 원 받는 사람보고 너 중산층이니까 세금 더 내라고 하면 누가 수긍하겠나”라며 “공무원들의 한계를 전형적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현 부총리뿐만 아니라 조 수석이 “증세가 아니라 거위 깃털을 살짝 뺀 것”이라고 해명한 점도 ‘혹 떼려다 혹 붙인 격’이란 평가가 청와대 내부에서 나온다. 조 수석 본인은 “의도를 가지고 만들어낸 말이 아니라 세금쟁이한테 너무나 교과서적이고 잘 알려져 있는 얘기”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발언으로 국민 분노만 키웠다는 비판이 거세다.

○ 당장 교체 가능성은 적어

현 부총리의 책임론에 기재부 측은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새누리당과 청와대도 사전 협의해 놓고 여론이 악화되자 ‘희생양 찾기’에 나섰다는 불만이다. 기재부의 한 당국자는 “또다시 만만한 부총리를 물고 늘어지고 있다. 서운한 감정이 없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청와대 내에서도 “국민을 혼란스럽게 한 것 자체가 사실상 책임져야 할 일”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당분간은 경질까지 가기에는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더 많다. 청와대 관계자는 “하반기에 성과를 내야 하는데 교체할 경우 자리 잡는 데 또 시간이 걸린다”며 “당장 경제팀을 교체할 움직임은 없다”고 말했다.

이들을 경질할 경우 세제개편의 취지와 방향까지 포기하는 것처럼 비칠 우려도 제기된다. 그러나 리더십에 타격을 입은 만큼 세제개편 수정보완책 수립 과정에서 여론의 평가가 나빠지거나 향후 추가 실책이 발생할 경우 교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동정민 기자·세종=유재동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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