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용 생가부터 대청호 따라 50.6km… 4시간가량 페달 밟으며 풍광 만끽
충북 옥천군의 ‘향수 100리길’은 마음 푸근한 고향길이다. 옥천에는 8개의 자전거길이 유명한데 그 가운데 ‘향수 100리길’이 가장 각광을 받고 있다. 우리 민족 정서를 잘 담아낸 정지용 시인의 발자취를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옥천군 제공
이 길은 옥천읍 하계리 정지용 시인의 생가부터 안내면 장계리 장계관광지∼안남면 연주리 배바우도서관∼청성면 합금리∼동이면 석탄리 안터마을∼옥천읍까지 50.6km 코스. 자전거를 타고 시속 10km 속도로 달리면 4시간 정도 걸린다. 대청호의 아름다운 풍광을 따라 만든 이 길은 정 시인의 대표작인 ‘향수’에서 이름을 땄다. 이 길은 EBS의 ‘한국기행’과 KBS의 ‘해피선데이-1박 2일’에 소개돼 전국적으로 알려졌다. 3월부터는 매달 한 차례씩 MTB 에코 레일을 운행해 수도권 동호인 200여 명이 찾고 있다.
출발지인 정 시인 생가는 1974년 허물어진 것을 1996년 복원했다. 돌담과 사립문, 초가 등 시심을 키우던 정 시인의 어린시절을 엿볼 수 있다. 생가를 나와 고 육영수 여사 생가를 거쳐 장계관광지로 향하면 향수 100리길이 시작된다. 자전거로 신나게 달리다 보면 장계관광지의 ‘멋진 신세계’를 만난다. ‘멋진 신세계’는 최초의 모더니즘 시인인 정지용의 시문학 세계를 조명한 옥천의 공공예술 프로젝트 1호. 북카페와 갤러리, 문화체험관 등이 조성돼 있고 방갈로와 취사시설도 있어 가족과 함께 야영도 할 수 있다.
금강휴게소는 경부고속도로 상행선과 하행선, 국도에서 모두 진입할 수 있는 게 특징. 휴게소 안쪽 한 벽면이 통유리로 돼 있어 시원한 금강을 바라보며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다. 계속 금강변을 따라 달리면 안터선사공원을 지나 출발지인 정 시인 생가에 도착한다. 최근 이 길을 달린 김태민 씨(48·서울 중구)는 “TV에서 처음 접하고 늘 와보고 싶었던 곳”이라며 “무더위지만 시원한 강변을 따라 자전거를 타 보니 여름 스포츠로 최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