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도 나누니까 돈이 되네
롯데건설이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에서 분양 중인 ‘용두 롯데캐슬 리치’ 전용 114㎡ 가구분리형 아파트 평면도. 한 가구에 출입문이 두 개라 두 가구가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다. 이런 가구분리형 아파트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려는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다. 롯데건설 제공
김 씨는 방 4칸짜리 가구분리형 주택 가운데 방 2개를 게스트하우스로 활용할 생각이다. 하루에 방 1칸당 5만 원씩 일주일에 세 번만 받아도 한 달에 100만 원 가까이 벌 수 있다는 계산이다. 김 씨는 “3년 전 결혼하면서 직장을 그만둔 뒤 나도 돈을 벌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며 “남편이 퇴근 후 외국인과 지내면 불편할까 봐 걱정했지만 ‘가구분리형 주택이라 외국인과 접촉할 일이 없다’며 안심시켰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이 바닥모를 침체에 빠진 가운데 외국인 관광객을 노린 ‘게스트하우스 사업’이 뜨고 있다. 그동안 아파트 방 하나를 게스트하우스로 활용하는 가정이 많았는데 최근 가구분리형 아파트가 속속 도입되면서 아파트 게스트하우스 사업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 아파트를 쪼개 게스트하우스로 활용
지난해부터 정부는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 지정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지난달 말까지 이 제도에 따라 지정된 서울 시내 민박업소는 312개나 된다. 이 중 아파트 일부를 게스트하우스로 활용한 곳은 126개에 달한다.
얼마 전 아파트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한 대만인 린위쩡 씨는 “싼 데다 아파트라 한국의 문화를 가장 잘 느낄 수 있었고 시내도 가까워 만족도가 높았다”고 말했다.
가구분리형은 게스트하우스로 활용되기 더 좋다. 출입문이 달라 거주자와 관광객이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게 최대 장점. 건설업계에서는 종로 동대문 마포 강남 등지는 중국·일본인 관광객이 몰리기 때문에 가구분리형 아파트에 투자할 만하다고 본다.
롯데건설이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에서 분양 중인 ‘용두 롯데캐슬 리치’ 가구분리형은 서울지하철 1호선 제기동역과 1, 2호선 환승역인 신설동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어 동대문과 청계천 등 서울시내 중심으로의 접근성이 좋다. 삼성물산이 서울 마포구 현석동 현석2구역을 재개발한 ‘래미안 마포 웰스트림’은 출입문뿐만 아니라 주방과 화장실, 욕실 등도 따로 설치돼 있다. 최근 인기 관광지로 부상하고 있는 신촌과 홍익대가 차로 10분 거리에 있다는 장점도 있다.
공급 과잉으로 수익률이 떨어진 오피스텔도 외국인을 겨냥해 ‘서비스드 레지던스(숙박용 호텔과 주거용 오피스텔이 결합된 주거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아파트만큼 큰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는 게 장점. 공급 과잉과 수익률 저하를 겪고 있는 오피스텔들이 서비스드 레지던스로 용도를 변경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해 5곳에 그치던 서비스드 레지던스가 올해 들어 10여 곳으로 늘었다. 일부 시행사는 외국인 관광객이 찾지 않아도 수익률을 보장해주기도 한다. 2015년 1월 입주할 예정인 부산 해운대구 ‘푸르지오시티’는 총 535실 중 500실가량을 서비스드 레지던스로 운영할 예정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오피스텔 수익률은 5.46%로 2011년 1월 5.72%에 비해 0.26%포인트 떨어졌다. 반면 외국인 관광객 수요가 많은 곳에 있는 서비스드 레지던스는 평균 수익률이 8∼10%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