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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볼브레이크] 큰 거 한 방만 노리다가 4번이 ‘死번’

입력 | 2013-08-14 07:00:00

롯데 강민호(왼쪽사진)와 전준우는 이번 시즌 4번 타자를 맡아 지독한 슬럼프를 겪은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다. 팀의 4번 타자라는 중압감을 이기지 못해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스포츠동아DB


■ 4번타자의 심리학

베테랑도 4번 달면 스윙 무너지기 일쑤
존재감 보여야 한다는 부담에 욕심 앞서
롯데 강민호·김대우·전준우 등 대표사례
‘전설의 4번’ 이만수도 ‘멘탈 붕괴’ 회고


프로야구에서 종종 4번은 죽을 사(死)자를 써 ‘死번’이 된다. 다른 타순에선 펑펑 잘 치던 타자가 4번 또는 클린업트리오에 배치되면 갑자기 슬럼프에 빠지면서 무너지는 일이 자주 벌어진다.

선 굵은 야구를 하는 NC 김경문 감독은 신인 나성범을 3번으로 고정 배치하고 있지만, 많은 사령탑들은 아직 검증되지 않은 타자의 경우 하위타순부터 시작해 서서히 상위타순으로 올린다.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한 배려다. 그러나 중심타순, 특히 4번에만 가면 부진에 빠지는 베테랑 타자도 수 없이 많다.

● 자기 스윙을 잃어버리는 순간 4번은 ‘死번’

4번의 역할은 팀이 꼭 필요로 하는 순간 홈런이나 장타를 때려 타점을 올리거나 상대 투수의 기를 죽이는, 말 그대로 타선의 핵이다. 삼성 이승엽, 넥센 박병호, NC 이호준 등은 4번에 어울리는 큰 스윙을 하고 있다. 김경문 감독은 4번타자에 대해 “타율이 낮아도 좋다. 언제든지 홈런이나 큼지막한 희생플라이를 칠 수 있다는 존재감을 보여줘야 한다. 이호준은 시즌 초반 타율은 2할 초반이었지만, 꼭 필요할 때 한방을 날려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전문 4번타자가 아닐 경우 갑자기 중심타선에 들어선 뒤 ‘어떻게든 존재감을 보여줘야 한다’는 욕심에 턱없는 스윙이 하곤 한다. 롯데는 강민호, 김대우, 전준우, 장성호, 박종윤 등이 4번에만 들어가면 타격이 부진해 큰 어려움을 겪었다. 확실한 4번이 있는 삼성과 넥센, 나지완이 버틴 KIA는 4번타자의 평균 출루율과 장타율을 더한 OPS가 모두 0.800 이상이다. 그러나 롯데는 0.600대, LG는 0.700대다.

● 타순의 심리학

선수시절 삼성 부동의 4번타자였던 이만수 SK 감독은 13일 문학 KIA전에 앞서 “요즘도 클린업트리오에 들어가면 주자가 없을 때도 스윙이 커지는 타자를 종종 본다. 심리적으로 부담을 느끼거나 쫓겨서 그렇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타순은 숫자일 뿐이라고 생각해야 하는데, 나도 현역시절 그렇지 못했다. 항상 4번을 치다 말년에 김성래(현 삼성 수석코치)가 4번, 내가 5번을 치게 되니까 그렇게 섭섭하더라. 애착을 보였던 거다. 1990년에는 류중일 감독(삼성)을 유격수 골든글러브로 밀어준다고, 빙그레 장종훈(현 한화 코치)의 홈런왕 저지를 다짐했는데 오히려 내 스윙이 커져 더 안 맞더라. 역시 야구는 정신적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4번이 선수들에게 주는 상징성이 크고, 이에 따라 정신적으로 쫓겼을 때 타격이 무너지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문학|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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