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강민호(왼쪽사진)와 전준우는 이번 시즌 4번 타자를 맡아 지독한 슬럼프를 겪은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다. 팀의 4번 타자라는 중압감을 이기지 못해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스포츠동아DB
■ 4번타자의 심리학
베테랑도 4번 달면 스윙 무너지기 일쑤
존재감 보여야 한다는 부담에 욕심 앞서
롯데 강민호·김대우·전준우 등 대표사례
‘전설의 4번’ 이만수도 ‘멘탈 붕괴’ 회고
프로야구에서 종종 4번은 죽을 사(死)자를 써 ‘死번’이 된다. 다른 타순에선 펑펑 잘 치던 타자가 4번 또는 클린업트리오에 배치되면 갑자기 슬럼프에 빠지면서 무너지는 일이 자주 벌어진다.
● 자기 스윙을 잃어버리는 순간 4번은 ‘死번’
4번의 역할은 팀이 꼭 필요로 하는 순간 홈런이나 장타를 때려 타점을 올리거나 상대 투수의 기를 죽이는, 말 그대로 타선의 핵이다. 삼성 이승엽, 넥센 박병호, NC 이호준 등은 4번에 어울리는 큰 스윙을 하고 있다. 김경문 감독은 4번타자에 대해 “타율이 낮아도 좋다. 언제든지 홈런이나 큼지막한 희생플라이를 칠 수 있다는 존재감을 보여줘야 한다. 이호준은 시즌 초반 타율은 2할 초반이었지만, 꼭 필요할 때 한방을 날려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전문 4번타자가 아닐 경우 갑자기 중심타선에 들어선 뒤 ‘어떻게든 존재감을 보여줘야 한다’는 욕심에 턱없는 스윙이 하곤 한다. 롯데는 강민호, 김대우, 전준우, 장성호, 박종윤 등이 4번에만 들어가면 타격이 부진해 큰 어려움을 겪었다. 확실한 4번이 있는 삼성과 넥센, 나지완이 버틴 KIA는 4번타자의 평균 출루율과 장타율을 더한 OPS가 모두 0.800 이상이다. 그러나 롯데는 0.600대, LG는 0.700대다.
● 타순의 심리학
문학|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트위터 @rushl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