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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부자 vs 중산층-서민 편가르기 대신 통합적 대안 마련 통큰 모습 보여야

입력 | 2013-08-14 03:00:00

[세제개편안 후폭풍/복지&증세… 동아일보의 제언]
야당 ‘정권 흔들기’ 악용 안돼




독도 찾은 민주당 지도부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운데), 전병헌 원내대표(김 대표 오른쪽) 등 지도부가 광복절을 이틀 앞둔 13일 경북 울릉군 독도를 방문해 독도경비대원들을 격려한 뒤 ‘한국령’이라고 새겨진 바위 앞에서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일본 외무성은 김원진 주일 한국대사관 공사를 불러 항의했고, 김 공사는 독도는 한국 땅이라는 우리 입장을 분명히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독도=국회사진기자단

세제 개편 파동은 ‘증세의 함정’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정부와 여당에 우선적으로 책임이 있다. 하지만 야당도 부자와 서민이라는 편 가르기에 빠져 합리적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방안으로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복지재원을 충당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8일 정부가 세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뒤 보여준 민주당의 모습이 바람직한 대안정당의 모습인지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가 많다. 민주당은 ‘세금폭탄’이라는 용어와 ‘부자 대(對) 중산층·서민’이라는 이분법을 활용하며 정부 여당을 공격했다. 대여(對與) 투쟁의 동력을 얻기 위해 조세저항을 유도하고 지지층 결집을 위해 편 가르기를 시도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민주당 고위관계자는 기자들에게 “박근혜 대통령이 촛불에 기름을 부어줬다”며 반기기까지 했다.

13일 정부가 고소득층에 세금 부담을 늘리는 수정안을 냈지만 야당은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 그러면서 ‘고소득층과 대기업에 더 많은 세금을 물리라’고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전체적인 방향성이 맞다고 하더라도 정부안에 대한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있느냐는 점이다.

민주당은 총 소득 3억 원 초과자에게 적용하는 최고 세율 38%를 1억5000만 원 초과자로 확대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1억5000만 원 초과 소득구간의 고소득자가 8만3000명(근로소득 과세 대상자의 0.5%)에 불과하기 때문에 세수 증대 효과는 크지 않다. 정부 관계자는 “민주당은 최고 세율 적용 범위를 확대하면 연간 7000억 원이 더 걷힌다고 하지만 정부의 수정안이 통과될 경우 해당 소득구간에서 더 많은 세금이 걷힌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자신의 지지층에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해 논리적 완결성이 떨어지는 주장을 펴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은 대기업의 법인세 인상 법안도 준비하고 있다. 이낙연 의원이 발의한 법인세법 개정안은 현재 과세표준액 2억 원 이하 10%, 2억 원 초과∼200억 원 이하 20%, 200억 원 초과 22%로 돼 있는 법인세를 2억 원까지 10%, 2억∼500억 원 22%, 500억 원 초과 25%로 조정하겠다는 내용이다. 이 의원실 측은 “국회 예산정책처가 추계한 결과 법이 이렇게 개정되면 2013년부터 세수가 연평균 4조6000여억 원씩 5년간 23조여 원이 늘어나게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경쟁국들이 법인세를 경쟁적으로 인하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중국(33%→25%) 대만(25%→17%) 싱가포르(20%→17%) 홍콩(17.5%→16.5%) 등은 최근 5년 사이 일제히 법인세율을 내렸다. 미국은 35%에서 28%로, 영국은 24%에서 22%로 각각 추가 인하할 예정이다. 일본도 세계 최고 수준인 38%의 세율을 25∼30% 수준으로 낮춰 투자 심리를 살리겠다는 복안을 내놨다. 한 정부 관계자는 “야당에서는 OECD 34개국 중 한국의 법인세율이 21위여서 인상 여력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우리 경쟁국인 대만 싱가포르 홍콩 등은 20% 미만의 세율이어서 경제 현실을 감안하지 않고 무작정 법인세를 올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세제 전문가들은 법인세나 소득세 세율 인상이 반드시 세수 확대로 이어지는 건 아니라고 보고 있다. 현진권 한국재정학회장은 “‘세율이 오르면 세수가 늘어난다’는 주장은 경제학이 아니라 산수에 불과하다”며 “세율이 높아지면 투자 축소 등으로 과세 기반이 줄어 세수가 줄어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재정을 튼튼하게 하려면 무작정 증세를 하기보다는 경제성장과 투자 활성화를 통해 세수를 늘리는 방법을 써야 한다는 게 경제학자들의 견해다.

결국 편 가르기식 세제 개편 공방은 표에는 일부 도움이 될지 몰라도 실질적인 증세나 경제 회복 효과를 거두지 못한 채 사회 통합만 해칠 수 있다는 지적에 야당은 귀 기울여야 한다.

길진균·장강명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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