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부위 만져보며 기분 말해달라”설문조사 빙자해 상습적 음란전화… 알고보니 동종 범죄 5번 구속 전력
지난달 23일 전남의 한 병원의 여의사 A 씨(53) 진료실로 전화가 걸려왔다. 자신을 “광주 B산부인과 의사”라고 소개한 남성은 “여성 질환 논문을 쓰는데 설문조사에 응해 달라”고 요청했다. A 씨는 같은 의사의 부탁이어서 의심 없이 수락했다. 그런데 이 남자는 A 씨에게 “설문 답변을 위해 가슴을 한번 만져봐 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신체 부위를 만져보고 기분을 말해 달라”는 등 ‘기괴한’ 조사를 15분 동안 계속했다. A 씨는 이상한 느낌이 들어 전화를 끊어버렸다.
전화를 건 남성 박모 씨(45)는 ‘가짜 의사’였다. 2001년 주부들에게 음란전화를 걸기 시작해 이후 음란전화범으로 5번이나 구속된 상습범이었다. 그는 지난달 3일 출소한 뒤에도 못된 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음란전화를 다시 걸기 시작했다. 범행 대상은 여의사, 보건교사, 요양사 등 보건 전문가들이었다. 그는 “설문조사에 응해주면 무료 건강검진권과 백화점 상품권을 주겠다”고 속여 음란전화에 응하도록 유도했다. 피해 여성들이 오랫동안 통화를 한 뒤에야 음란전화임을 깨달았을 정도로 말솜씨도 능수능란했다. 그러나 몇몇 피해 여성의 신고로 꼬리가 잡혔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13일 의사를 사칭해 여성 26명에게 음란전화를 건 혐의로 박 씨를 구속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