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서 코난 도일은 ‘배스커빌가의 개’를 홈스의 단짝인 왓슨의 시각에서 전개한다. 사진은 영국 BBC가 21세기를 배경으로 제작한 시리즈 ‘셜록’의 홈스(베네딕트 컴버배치·왼쪽)와 왓슨(마틴 프리먼). 동아일보 DB
‘배스커빌가의 개’는 1인칭 시점(first person point of view)을 선택한 작품으로, 셜록 홈스의 조수인 존 왓슨이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왜 아서 코난 도일은 우리의 천재 탐정 홈스의 시점이 아닌(but not from the view of our genius detective Sherlock Holmes) 왓슨의 시점을 선택하여 이야기를 이어갈까요? 홈스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전개했다면 더 생생하고 박진감이 넘치지 않았을까요?
작가가 왓슨을 화자(narrator)로 선택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독자가 왓슨의 눈을 통해 이야기를 접하면서 홈스의 천재성을 직접적으로 알 수 있어서입니다(We the reader see the story through Watson’s eyes, and we get to see firsthand Holmes’ genius). 왓슨은 영리하고 믿음직한 탐정(a smart, solid detective)이지만 홈스의 노련함에는 미치지 못합니다(nowhere near as skilled as Holmes). 그리고 왓슨은 가장 가까운 곳에서 홈스의 사건 해결 과정을 관찰하는 사람이기도 하죠. 그래서 왓슨의 시각을 통해 이야기를 보면 홈스의 천재성을 직접적으로 명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시점은 어떤 사람이 화자인지를 알려주는 정도로만 생각하기 쉽지만 어떤 시점을 택하느냐에 따라 이야기 전개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정물화를 그릴 때 사물을 어디에서 보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그림이 나오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도일은 ‘배스커빌가의 개’에서 작품의 특성에 맞는 시점을 선택하여 사용함으로써 보통의 미스터리 소설을 뛰어넘는 그 이상(above and beyond the normal mystery novel)의 스토리텔링을 보여줍니다. 이는 작가가 작품을 쓸 때 얼마나 많은 부분을 세심하게 고려하는지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