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공장 300곳 독립채산제 도입작년 8월부터… 생산의욕 고취 목적
북한은 지난해 8월 우수 공장 300여 개를 지정해 완전독립채산제에 기초한 새 관리방법을 시범 도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시범농장에서 사실상 가구별로 땅을 나눠주는 등 지난해부터 경제 분야에서 파격적 개혁 실험을 하고 있다. 북한 내부 고위 소식통은 13일 “이 조치들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장기 경제개혁 구상과 관련이 있다”며 “이 실험의 성패가 향후 남북관계 회복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 공장 독립채산제 8월 이후 확대될 듯
공장의 완전독립채산제는 과거 국가의 지시 아래 이뤄지던 생산 계획부터 물자 조달, 생산물 판매, 분배까지 전부 공장이 책임지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근로자의 생산 의욕이 크게 높아져 근로자 1인당 20만∼30만 원의 월급을 주는 광산 및 수출피복 공장 등이 속출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북한 노동자 평균 월급 3000원보다 최대 100배가량 많은 것이다. 현재 북한에선 1달러가 7500원에 환전된다.
농촌에선 지난해 전국적으로 몇 개의 시범농장을 선정해 2, 3가구별로 땅을 나눠주고 농사를 짓게 하는 ‘포전(圃田·논밭이라는 뜻의 북한어) 담당제’를 실험했다. 2, 3가구도 다시 땅을 나눠 가구별로 농사를 짓다 보니 포전 담당제는 사실상 개인농과 다름없다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이다. 이런 방법으로 지난해 식량 12t을 분배받은 농가까지 나오는 등 생산이 크게 증대됐다.
북한은 이에 힘입어 올해는 도마다 여러 농장을 시범농장으로 정했다고 한다. 시범농장으로 지정된 농장에선 농민들이 3월부터 거름을 생산하고 하루 종일 밭에서 열심히 일하는 등 다른 협동농장과 확연히 대조적인 분위기라고 소식통은 말했다.
북한의 이 같은 개혁실험은 김정은 제1위원장의 장기 경제개혁구상과 관련이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 “김정은, 개혁 위해 국제신용 잃지 않으려 개성공단 유지” ▼
이에 따라 지난해 노동당 행정부 산하에 경제발전전략을 연구하는 ‘전략문제연구소’가 신설됐다. 북한의 대표적 경제개혁파인 박봉주 총리를 올해 4월 기용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 개성공단 유지는 전략적 판단 때문
북한 내부 고위 소식통은 “북한이 개성공단을 폐쇄하지 못하는 근본 이유도 김정은의 장기 경제개혁 구상과 연관돼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소식통은 북한에 개성공단은 한국 언론에서 언급하는 ‘달러 박스’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그는 “김정은은 젊기 때문에 단순히 개성공단에서 연간 벌어들이는 9600만 달러(약 1070억 원) 정도만으론 자존심을 꺾으며 빌붙진 않는다”며 “개성공단을 폐쇄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공단 유지가 김정은의 장기 경제개혁 구상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전략적 판단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북한의 경제개혁은 외부 투자가 필수적인데 공단 폐쇄로 신용을 잃으면 김정은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경제개혁이 좌초돼 심각한 리더십의 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한국이 향후 북한에 원조나 투자를 크게 할 것이라는 기대도 작용한다는 것.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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