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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軍, 헬기-불도저로 농성장 기습… “최소 250명 사망”

입력 | 2013-08-15 03:00:00

카이로대학 앞 광장 등 2개 지역서 오전 7시 親무르시세력 해산작전




이집트 군경이 본격 시위 시작 45일째인 14일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 지지 시위대의 해산 작전에 전격 돌입하면서 수천 명이 숨지거나 다쳤다. 이집트 군과 경찰은 이날 장갑차와 불도저를 앞세워 무르시 전 대통령의 복귀를 요구하는 시위대를 무력진압했다. 이집트 정부는 이날부터 한 달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날 군경의 작전은 오전 7시경 카이로 나스르시티 라바 광장과 기자지역 카이로대 앞 나흐다 광장에서 동시에 시작됐다. 이는 무르시 전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자유로운 시위를 허용하라고 미 국무부가 발표한 지 한 시간여 만이었다.

CNN 등 외신은 시위 진압 작전이 시작되면서 평화로웠던 농성장은 전쟁터로 변했다고 전했다. 무슬림형제단의 게하드 하다드 대변인은 이번 시위 진압은 사실상 민간인에 대한 ‘대학살’이라며 “군경의 총격으로 최소 250명이 숨지고 5000명이 다쳤다”고 주장했다. AFP통신과 현지 언론은 병원에 안치된 시체만 최소 124구라고 보도했다. 이집트 보건부는 군인과 경찰도 5명이 사망하고 29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영국 스카이뉴스는 자사의 카메라기자 1명이 시위대 무력진압 현장에서 총에 맞아 숨졌다고 밝혔다.

살레흐 압둘라지즈 씨(39)는 “하늘에서는 헬리콥터가 뜨고 땅에서는 불도저가 밀고 들어왔다”며 “군인과 경찰들은 우리가 그만하라고 사정을 해도 어린아이들에게도 최루탄을 마구 쐈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길거리에 수십 명이 총상을 입고 쓰러져 있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 등은 목격자들의 말을 인용해 자동소총 소리와 함께 인근 건물의 지붕 위에서는 시위대를 향해 총을 겨누고 있는 저격수도 있었다고 보도했다. CNN 방송에는 피가 묻은 한 남성이 “내 친구들이 죽었다”며 울부짖었다. 임시로 만들어진 병원을 찾은 CNN 관계자는 “말 그대로 희생자들의 피 위를 걷고 있다”고 전했다.

군경은 오전 일찍 나흐다 광장 시위대를 몰아내고 현장을 장악했지만 시위대가 가장 많이 모여 있는 라바 광장에는 여전히 시위대가 저항을 계속하고 있다. 그들은 “죽을 준비가 돼 있다”며 군과 경찰, 불도저가 둘러싸고 있는 농성장 떠나기를 거부했다.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내무부가 200명을 체포했다고 전했다.

군경의 무력 해산 소식이 전해지자 알렉산드리아에서는 이에 항의하는 시위대들이 거리로 나와 유혈 충돌이 발생했다. 카이로에서 남쪽으로 130km 떨어진 파이윰에서도 군이 경찰서 2곳을 습격한 시위대와 충돌해 시위대원 9명이 숨졌다. 수에즈에서도 친(親)무르시 시위대와 반(反)무르시 시위대가 충돌해 최소 5명이 숨졌다. 현재 당국은 친무르시 지지자들이 다시 집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카이로로 들어오고 나가는 철도 운행을 중지했다. 각 지역의 은행 업무도 중단됐다.

앞서 당국은 강제 해산 작전을 12일로 예정했다가 대규모 유혈 사태를 우려해 작전을 이틀 연기했으나 결국 강력 진압을 감행했다. 앞서 13일 카이로에서는 친무르시 시위대와 반무르시 시위대가 충돌해 최소 1명이 숨지고 7명이 크게 다치기도 했다.

한편 14일 시위대 유혈 무력 진압과 관련해 캐서린 애슈턴 유럽연합 외교안보 고위 대표 대변인은 “이집트에서 전해지는 사상자 보고가 매우 우려스럽다”며 “폭력으로는 어떠한 것도 해결할 수 없고 이집트 당국이 최대한 자제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터키와 카타르, 이란 등 일부 국가는 이집트 군부를 직접 비난하고 나섰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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