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아트 부크월드입니다. 제가 조금 전에 사망했습니다.’ 2007년 1월 18일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에는 전날 별세한 미국의 인기 칼럼니스트가 자신의 사망 소식을 전하는 동영상이 올라왔다. 사전에 육성으로 제작한 영상이었다. 이웃 나라 일본에서도 2011년 대지진 이후 자신의 부고나 유언을 미리 써놓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한다. 지난해 개봉한 일본의 다큐 영화 ‘엔딩 노트’는 딸이 죽음을 앞둔 아버지의 모습을 카메라로 기록한 작품이다. 위암 말기를 선고받은 아버지는 ‘죽음을 준비하는 것을 일생일대의 프로젝트’로 담담히 받아들였다.
▷지난달 28일자 미국 시애틀타임스의 유료 부고란에 여성작가 제인 로터가 쓴 자신의 부고가 실렸다. 61세의 나이로 타계한 그는 “나 자신의 부고를 쓸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이 암 투병의 장점”이란 농담으로 시작해 “나는 삶이라는 선물을 받았고, 이제 이 선물을 되돌려주려 한다”고 썼다. ‘계로록’의 저자 소노 아야코는 “재미있게 살았으니 어느 때 이승을 떠나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이 인생의 심리적 결재”라고 말한다. 생전에 자신의 부고를 쓰는 일은 결재 서류에 도장을 찍고 스스로를 성찰하는 행위가 될 것이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