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정상화 합의]남북관계 새판짜기 본격화
○ “일관된 대북 원칙이 북한에 먹혔다”
합의문이 도출된 직후인 오후 7시 반경 박근혜 대통령은 환영의 뜻을 담은 공식 반응을 곧바로 내놨다. 청와대 관계자는 “합의문에 파격적 내용이 담겼다”며 흥분하기도 했다.
정부가 지난달 28일 북한에 최후통첩을 할 때 청와대 내부는 ‘북한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공단을 폐쇄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강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시 “개성공단 정상화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다. 얼렁뚱땅 문제를 봉합해 정상화한 뒤 북한의 일방적 가동 중단이 반복되면 이중 삼중의 피해를 보는 악순환이 거듭될 뿐”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번 협상에서 북한이 공단을 제멋대로 닫지 못하도록 국제적 규범을 합의서에 반영하는 데 역점을 뒀다. 결과적으로 북한이 박 대통령의 일관된 대북 원칙을 이해하거나, 적어도 감내할 수밖에 없는 상수(常數)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청와대의 시각이다.
○ ‘대북정책 제3의 길’ 가능성?
다른 관계자는 “퍼주는 대화가 아니라 문제를 푸는 대화를 지속하면 비선(秘線)을 통하지 않고도 공식 대화채널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진정성을 북한에 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회담에서도 정부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내용과 진정성, 비전을 북한에 거듭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화 아니면 강경의 이분법을 벗어나 제3의 길을 가겠다’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기본구상이 남북관계에서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북한 붕괴를 전제로 한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책은 물론이고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이른바 ‘퍼주기식 남북 대화’와도 다른 새로운 길의 가능성을 열어 가겠다는 얘기다.
○ 남북 대화 확대 및 개성공단 국제화 전망은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해 “처음에 자갈밭을 갈 때는 무척 천천히 갈 수밖에 없지만 어려운 과정을 거쳐 고속도로로 진입하면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비유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