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계엄군 맞서 시민군 보초 섰던 곳5·18단체 “亞문화전당추진단 협의 없이 총탄자국 벽돌 등 별관 잔해물도 폐기”강운태시장 “잔해물 영구보존 바람직”
1980년 5월 24일 당시 동아일보 사진부 황종건 기자가 전남도청 옥상에서 찍은 장면. 정문 오른쪽에 수위실이 보인다. 동아일보DB
5·18기념재단, 5·18구속부상자회 등 5월 단체 관계자들은 14일 옛 전남도청을 방문해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건립추진단이 사전 협의 없이 수위실을 철거하고 별관 철거 잔해물을 폐기한 데 대해 항의했다. 이들은 “옛 도청 별관 일부를 철거할 때는 총탄 자국이 있는 벽돌 등 중요 잔해물을 보존하기 위해 전문가와 5월 단체가 협의하기로 했는데 6월 말 별관 철거 때나 7월 말 수위실 철거 때 한 차례도 논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추진단은 5·18 당시 시민군이 투쟁을 벌인 옛 도청 별관 전체 폭 54m 중 30m를 원형 그대로 보존하고 24m를 헐어 골격만 남긴 뒤 구조물을 설치하고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통로로 사용하기 위해 공사를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별관 철거 잔해물 중 파괴되지 않은 일부 벽돌은 현장에 있지만 수위실 철거 잔해물은 대부분 폐기된 상태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추진단은 철거 과정을 90분 분량의 동영상으로 촬영하고 벽돌 2500개, 보 4개, 벽체하부청석 70여 개를 보존하고 있다고 밝혔다.
광주시의회 조호권 의장 등도 이날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건립 현장을 방문해 “민주·인권의 광주정신이 서려 있는 옛 도청 별관의 철거 잔재물은 폐기물이 아닌 역사적 유산이다”며 “사전에 협의를 거쳐 활용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광주시는 옛 도청 별관 철거 잔해물에 대한 활용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강운태 시장은 15일 현장을 찾아 광주시와 5·18단체, 전문가 등으로 태스크포스를 꾸려 철거 잔해물을 민주화운동 기념물로 영구 보존하는 방안을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추진단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강 시장은 현재 남아 있는 잔해물을 ‘기억의 탑’이나 ‘체험의 집’, ‘기억의 집’, 푯말 등으로 보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옛 전남도청 별관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건립 공사에 포함돼 전체가 철거될 계획이었지만 5월 단체 등이 “5월 항쟁의 현장이기 때문에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해 공사가 중단되는 등 곡절을 겪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