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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옛 전남도청 수위실 무단 철거 거센 반발

입력 | 2013-08-16 03:00:00

당시 계엄군 맞서 시민군 보초 섰던 곳
5·18단체 “亞문화전당추진단 협의 없이 총탄자국 벽돌 등 별관 잔해물도 폐기”
강운태시장 “잔해물 영구보존 바람직”




1980년 5월 24일 당시 동아일보 사진부 황종건 기자가 전남도청 옥상에서 찍은 장면. 정문 오른쪽에 수위실이 보인다. 동아일보DB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건립하면서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이 계엄군에 맞서 전남도청을 지키려고 보초를 서던 옛 전남도청 정문 옆 수위실이 철거되고 역사적 가치가 있는 잔해물이 폐기돼 5·18 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5·18기념재단, 5·18구속부상자회 등 5월 단체 관계자들은 14일 옛 전남도청을 방문해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건립추진단이 사전 협의 없이 수위실을 철거하고 별관 철거 잔해물을 폐기한 데 대해 항의했다. 이들은 “옛 도청 별관 일부를 철거할 때는 총탄 자국이 있는 벽돌 등 중요 잔해물을 보존하기 위해 전문가와 5월 단체가 협의하기로 했는데 6월 말 별관 철거 때나 7월 말 수위실 철거 때 한 차례도 논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추진단은 5·18 당시 시민군이 투쟁을 벌인 옛 도청 별관 전체 폭 54m 중 30m를 원형 그대로 보존하고 24m를 헐어 골격만 남긴 뒤 구조물을 설치하고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통로로 사용하기 위해 공사를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별관 철거 잔해물 중 파괴되지 않은 일부 벽돌은 현장에 있지만 수위실 철거 잔해물은 대부분 폐기된 상태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추진단은 철거 과정을 90분 분량의 동영상으로 촬영하고 벽돌 2500개, 보 4개, 벽체하부청석 70여 개를 보존하고 있다고 밝혔다.

송선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위원회가 지난해만 해도 벽돌 한 장이라도 보존하겠다더니 철거 합의 대상이 아닌 수위실까지 무단 철거했다”며 “수위실과 별관 철거물의 잔해 보존 상황을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공휴 5·18구속부상자회 부회장은 “5월 단체들이 별관 철거 결정 당시 많은 양보를 했지만 추진단은 옛 도청의 5·18 관련 유적을 보존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시의회 조호권 의장 등도 이날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건립 현장을 방문해 “민주·인권의 광주정신이 서려 있는 옛 도청 별관의 철거 잔재물은 폐기물이 아닌 역사적 유산이다”며 “사전에 협의를 거쳐 활용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광주시는 옛 도청 별관 철거 잔해물에 대한 활용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강운태 시장은 15일 현장을 찾아 광주시와 5·18단체, 전문가 등으로 태스크포스를 꾸려 철거 잔해물을 민주화운동 기념물로 영구 보존하는 방안을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추진단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강 시장은 현재 남아 있는 잔해물을 ‘기억의 탑’이나 ‘체험의 집’, ‘기억의 집’, 푯말 등으로 보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옛 전남도청 별관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건립 공사에 포함돼 전체가 철거될 계획이었지만 5월 단체 등이 “5월 항쟁의 현장이기 때문에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해 공사가 중단되는 등 곡절을 겪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