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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서 암치료… 보험사가 치료비 안줘요”

입력 | 2013-08-16 03:00:00

암보험 불만족도, 평균의 5배 넘어… 최신의료기술도 인정안해 분쟁 소지




지난해 말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서 암 수술을 받고 퇴원한 A 씨는 집 대신에 요양병원에서 6개월을 보냈다. 가족에게 부담을 주느니 체계적으로 보살펴주는 요양병원이 적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 거듭된 항암치료에 허약해진 그는 요양병원에서 영양주사를 맞고 암 환자에게 좋은 민간요법으로 치료를 받았다. 퇴원할 무렵 그는 보험사에 보험금 지급을 요청했다. 하지만 보험사는 “요양병원에서 받은 치료는 암 치료로 볼 수 없다”며 지급을 거부했다.

최근 들어 ‘암보험’을 둘러싸고 소비자와 보험사 간 갈등이 늘고 있다. 암보험 갈등은 유독 첨예하다. 암 치료비를 받아내느냐에 따라 환자의 목숨이 오갈 수 있기 때문이다.

15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생명보험사 상품군별 모집질서 준수 수준 평가결과(2012회계연도 기준)’에 따르면 보험금에 대한 불만족도는 암보험이 4.4%로 가장 높았다. 전체 평균 불만족도 0.8%에 비해 훨씬 높다. 환자가 청구한 보험금을 받지 못한 비율도 암보험이 8.1%로 가장 높았다.

암보험업계에서 ‘요양병원’은 논란의 핵심이다. 다른 보험상품은 처음 입원했을 때 최장 120일간의 입원비를 보장하지만 암보험은 기간 제한이 없는 편이다. 요양병원에서 장기 치료를 받으면 보험사가 몇 년이든 입원비를 보장해야 할 수도 있다. 문제는 요양병원의 치료를 보는 시각이다. 환자는 항암 치료의 후속 관리나 민간요법도 항암 치료라고 주장하지만 보험사는 인정하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다.

새로운 의료기술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어디까지를 암 치료로 보고 보험금을 줄지도 난감하다. 스텐트(혈관 삽입 금속그물망) 삽입술이 대표적이다. 환자들은 몸에 넣은 관으로 항암제를 투입하기 때문에 암 치료로 볼 수 있지만 보험사들은 항암제를 넣기 위한 보조적 시술로 간주한다.

홍장희 금감원 보험영업검사실 검사3팀장은 “보장범위 등을 규정한 약관을 너무 보수적으로 해석하는 보험사들이 있다”며 “치료기록 등을 면밀히 분석해 암 치료로 판단되면 보험금을 지급받도록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암보험 외에 보험금에 대한 소비자 불만족도가 높은 상품으로는 ‘연금보험’(1.7%) ‘저축성 보험’(1.3%)이 꼽힌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