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광복절 경축사]대일 메시지
“양국 국민 모두의 바람처럼 진정한 협력동반자로 발전될 수 있도록 일본의 정치인들이 과거의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 용기 있는 리더십을 보여줘야 합니다.”
박 대통령은 일본 국민과 정치인을 분리하는 투트랙 전략을 썼다.
그러고는 “정치가 국민들의 이런 마음을 따르지 못하고 과거로 돌아간다면 새로운 미래를 보지 못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본의 소수 정치인들이 한일 양국의 미래 관계를 망치고 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2006년 일본을 방문해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를 만났을 때도 “정치 지도자들의 신중한 언행과 지도력이 필요한 때다. 한일 양국 간의 신뢰를 키우기 위해서는 정치 지도자들이 언행을 바르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올해 1월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특사단을 접견한 자리에서도 “양국 국민이 내왕도 많고 명동의 반은 일본인인데 정치인이 잘못해 문제다. 정치인들이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본의 극우 정치인 몇 명만 보고 대응했던 것에서 벗어나 이제는 양심적인 일본 국민, 일본 정치인들의 행태를 비난하는 국제사회 등을 다각적으로 고려해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품위를 지킬수록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입지는 더 좁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혼에 상처를 주고 신체의 일부를 떼어 가려고 한다면 어떤 나라, 어떤 국민도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입니다.”
박 대통령은 ‘나라는 인간에게 몸과 같고, 역사는 혼과 같다’는 고려 말 대학자 이암 선생의 말을 인용하면서 일본에 강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역사를 ‘영혼’으로, 독도를 ‘신체’로 지칭했다. 일본의 역사 왜곡은 영혼에 주는 상처이며, 독도 영유권 주장은 남의 신체 일부를 떼어가는 행위에 비유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국사 교육의 중요성을 언급할 때도 이암 선생의 말을 종종 인용해 왔다.
박 대통령은 또 “과거 역사에서 비롯된 고통과 상처를 지금도 안고 살아가고 계신 분에 대해 아픔을 치유할 수 있도록 (일본의) 책임 있고 성의 있는 조치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와 보상을 요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동북아 지역의 새로운 질서를 만들고 공동의 미래를 열어 가는 데 동북아 국가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기대합니다.”
박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일본은 동북아 평화와 번영을 함께 열어갈 중요한 이웃”이라고 평가했다.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의 성공을 위해 반드시 손을 잡아야 할 파트너라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지금 동북아 지역은 경제적인 상호 의존은 크게 증대되고 있지만 역사와 영토를 둘러싼 갈등은 오히려 커지는 역설적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를 극복하기 위해 동북아 국가가 가능한 분야부터 대화와 협력을 시작해 신뢰를 쌓아가고 안보 등 다른 분야로 협력의 범위를 넓혀가야 한다”며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을 다시 강조했다.
아사히신문은 “과격한 단어는 사용하지 않았지만 일본이 역사 문제에 대해 한 발짝 나아가지 않으면 관계 개선은 어렵다는 메시지를 담은 것”이라고 보도했다. 도쿄신문은 “박 대통령은 연설 중 약 30%를 일본에 관한 언급에 할애했다”며 “일본 정부에 ‘역사를 직시할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고 전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