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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용팝 “우린 망가지는 게 아니라 잘 노는 거야”

입력 | 2013-08-16 07:00:00

데뷔 1년 만에 ‘대세’로 떠오른 크레용팝. 익숙하게 보아 온 걸그룹들과는 전혀 다른, 차별화한 외모와 노래로 폭넓은 대중을 사로잡고 있다. 미국 ‘빌보드’지가 “싸이를 이을 스타”라고 평가하는 등 해외 시장의 반응도 뜨겁다. 사진제공|크롬엔터테인먼트


■ ‘빠빠빠 신드롬’ 걸그룹 대세로 점핑! 크레용팝

우스꽝스런 의상 콘셉트?
우리도 무대오르기 전 얼굴에 철판
롤모델은 싸이…한번 뵙는게 소원
최종 목표는 ‘국민돌’ 지켜보세요

하얀 헬멧에 트레이닝복을 입은 163cm 안팎의 다섯 소녀가 일렬로 서 있다. 양 주먹이 서로 마주보게 양 팔꿈치를 든 후, 한 사람씩 엇갈리게 점프를 한다. 자동차 엔진의 폭발하는 피스톤 헤드처럼, 엇갈리게 튀어 오르는 이들의 춤은, 자꾸만 따라하게 만드는 중독성을 가졌다. ‘직렬 5기통 춤’이란 이름의 이 춤은 전염병처럼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인터넷엔 패러디 영상이 넘쳐나고, 연예인들은 “시청률이 좋으면 춤을 추겠다”는 공약을 내걸거나(주원, 박광현), 촬영현장 등에서 재미삼아 춤을 추고 ‘인증샷’(유아인 류수영 김소연)을 남긴다.

전국의 프로야구 경기장에 이 소녀들의 노래가 울려 퍼진지는 좀 오래됐다. 모든 구단의 치어리더들은 틈나는 대로 ‘직렬 5기통 춤’을 추고, 그라운드의 선수들도 이 춤으로 무더위를 잊는다. 어느 축구선수(FC서울 김진규)는 “골 세리머니로 준비했다”며 그라운드에서 춤을 보여줄 날을 기다리고 있다.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즐겁게 만든 이들은 크레용팝(금미 소율 엘린 웨이 초아). 명실 공히 ‘대세 걸그룹’이다.

14일 스포츠동아를 찾은 이들은 “관객들의 응원소리가 커지고, 만나는 사람마다 우릴 다 알아보시고, 공연마다 ‘점핑’하는 관객도 많아지는 것으로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방송 대기실에도 선배님들이 찾아오셔서 응원해주시는데, 말로 표현 못할 큰 힘이 된다. 참, 모든 게 신기할 따름”이라며 얼떨떨한 소감을 말했다.

‘직렬 5기통 춤’을 춰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여러 명이 정확한 박자에 엇갈리게 점프하는 게 결코 쉽지 않다. 크레용팝 멤버들도 동시에 뛰어오르는 실수를 하지 않도록, 정확한 타이밍과 박자를 맞추는데 많은 연습을 했다고 한다.

“진짜 연습을 많이 했는데도, 한번씩 틀리는 경우가 있다. 옆 사람과 엇갈리게 점프해야 되는데 같이 점프를 할 때가 있다. 얼마 전 수영장 파티에서 그런 실수를 했는데, 고장 난 직렬 5기통이 됐다. 하하.”

● “걸그룹의 유머코드, 처음엔 쉽지 않았다”

크레용팝의 신드롬이 더 주목받는 이유는, ‘핫팬츠 각선미’ ‘화려한 군무’로 설명되는 한국 걸그룹의 전형을 바꿔놓았기 때문이다. 데뷔 때부터 트레이닝복을 무대의상으로 고집했고, 재미있는 노래와 춤을 선보여 왔다. 작년 7월 발표한 데뷔앨범 ‘새터데이 나이트’, 같은 해 10월 발표한 싱글 ‘댄싱퀸’에 이어 세 번째 음반인 이번 싱글 ‘빠빠빠’로 정상까지 올랐으니, ‘LTE-A’급 성장이다.

크레용팝은 다른 걸그룹과 다른 ‘비정형성’으로 추앙받지만, 이들은 그만큼 고충도 컸다. 예쁘거나 섹시하게 보이고 싶은, 여자의 당연한 욕망을 누른 채, 춤과 의상에서 유머코드를 보여준다는 건, 그리 내키는 일은 아니었다.

“처음엔 사실 우리도 이런 콘셉트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걸그룹으로서 첫 도전이라 (이상한 시선으로 볼까봐)더욱 그랬다. ‘나 자신’을 깨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이번 ‘빠빠빠’ 활동에서도 헬멧과 트레이닝복은 우리가 직접 낸 아이디어인데, 막상 헬멧 쓰고 방송국에 가려니까 좀 부끄럽고 민망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라면 못했을 것 같다. 하하.”

크레용팝이 무대에 오르기 전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얼굴 철판깔기’다. “우리, 철판깝니다. 슝∼”이란 구호를 외치는 작은 ‘의식’을 거친 후 무대에 오른다.

“뭐, 웃기는 퍼포먼스라고 생각하실 테지만, 우리는 망가지는 게 아니라 무대에서 잘 노는 것이다.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우리 무대가 사람들에게 힐링이 된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크레용팝. 사진제공|크롬엔터테인먼트


● ‘빠빠빠’ 신드롬, ‘팝저씨’의 힘

크레용팝을 ‘대세’로 이끈 힘은 ‘팝저씨’(크레용팝에 열광하는 아저씨)라 불리는 ‘삼촌팬’들이다. ‘빠빠빠’ 직전 음반인 ‘댄싱퀸’ 활동부터 팝저씨들이 생기기 시작했고, ‘크레용팝 덕후 양성소’라는 팬클럽이 생겨나면서 팝저씨들이 급격히 불어났다. 어느 행사현장에서 수십 명의 ‘팝저씨’들이 헬멧을 쓰고 굵은 목소리로 ‘점핑 점핑 에브리바디∼’를 외치며 직렬 5기통 춤을 추는 영상은 온라인에서 이미 큰 화제를 모았다.

“팝저씨 분들도 요즘 바쁘다. 방송섭외도 많이 들어오고 인터뷰도 많이 해서 유명해지셨다. 지방공연에 차가 막혀서 늦었는데, 팝저씨 분들이 우리 안무를 다 아니까, 대신 리허설을 해준 일이 있다. 이 분들을 위해서 앞으로도 계속 재미있는 퍼포먼스를 보여드리겠다.”

크레용팝은 요즘 가는 곳마다 뜨거운 시선을 받고 있지만, 이들도 데뷔 초엔 어려움이 많았다. 신인은 매체노출을 통한 홍보가 절실한 법이지만, 크레용팝은 데뷔음반을 내놓고도 방송출연 기회를 잡지 못해 눈물을 삼키는 일이 많았다. “그래도 뭐라도 해야겠기에” 길거리로 나갔다. 여기저기서 게릴라 공연을 벌였다. ‘용팝TV’라는 인터넷 방송을 만들어 주 1회 자신들의 일상의 모습을 내보냈다. 팬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기 시작했고, 이번 ‘빠빠빠’ 활동에서 ‘대세’가 됐다.

● 싸이가 롤모델, 최종목표는 ‘국민돌’

크레용팝의 신드롬을 두고 작년 세계를 강타한 싸이 ‘강남스타일’ 열풍과 비교하는 시선이 많다. 크레용팝은 “매우 감사하지만, 우린 아직 신인이고 ‘애기’들이다. 같이 거론되는 자체만으로 감사할 따름”이라고 했다.

“싸이 선배님은 우리의 롤 모델이다. 소원이 있다면, 그저 한번 뵙고 인사드리고 싶다. 배울 게 매우 많은 선배님이시다. 롱런하는 모습을 닮고 싶다.”

이제 대중의 관심은 ‘빠빠빠’ 열풍이 어디까지 갈 것인가에 쏠려 있다. 미국 빌보드가 14일 ‘크레용팝 2013 케이팝 시장에서 대유행’이란 제목으로 대서특필했고, 세계적인 음반사 소니뮤직 엔터테인먼트 코리아가 이들과 전략적인 제휴를 맺으면서 ‘포스트 싸이’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데뷔전부터 일본에서 월 1회씩 공연을 벌여온 이들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디든 가서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방송출연을 하지 못해 택했던 길거리 공연은, 전화위복처럼 이들을 ‘공연형 가수’로 만들어놓았다.

“우리의 최종 목표는 ‘국민돌’이다. 지금은 시작하는 단계이고, 우리를 독특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많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가수가 되도록 열심히 하겠다. 당분간 무대에서 잘 놀고, 힐링을 주고, 에너지를 주는 그룹의 모양은 갖고 가겠지만, 머지않아 다양한 음악을 들려드리겠다. 우리의 미래를 기대해 달라.”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트위터@zioda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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