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무형문화재 분야에서도 보유자가 없는 종목이 6개, 전수(傳受)조교가 없는 종목이 26개나 된다. 다른 종목도 보유자 다수가 고령이어서 앞날이 어둡다. 국악의 위기 역시 심각하다. 조선시대만 해도 국악은 예(禮)와 함께 나라의 기틀을 이루는 요소로 중시됐다. “시(詩)로 감흥을 일으키고 예로 질서를 세우며 악(樂)으로 인격을 완성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전부터 국악 지망생이 줄고 공연이 위축되어 있기는 하지만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것은 국악이 일반인의 관심권에서 크게 벗어나 있는 현실이다.
▷정부의 지원 부족을 탓할 일만은 아닌 듯하다. 국악인 박범훈 씨에 따르면 우리나라처럼 국악 분야에 많은 지원을 해주는 나라도 드물다고 한다. 국악의 침체에는 사회 전반적으로 국악을 외면하는 분위기가 작용하고 있다. 올해 4월 일본 NHK TV는 저녁 9시 뉴스 첫머리에 도쿄 긴자의 가부키 극장이 재개관한다는 소식을 길게 보도했다. 중국인들이 경극에 갖고 있는 자부심도 대단하다. 이런 전통문화 중시 풍토가 우리나라에는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홍찬식 수석논설위원 chansik@donga.com